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의 실적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수령 이후 고객 이탈이 현실화해 매출이 급격히 줄었고 이는 2·4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난 5월13일부터 31일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나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재난지원금을 어느 정도 소진한 6월(1~23일)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줄었다.
롯데마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극대화됐던 2월에 전년 같은 달 대비 -15.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 3월 6.8%, 4월 3.1%로 매출이 각각 줄었다. 5월은 13일부터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 효과까지 겹쳐 전체(1~31일) 매출이 9.2% 감소했다. 6월 역시 이 추세라면 3~4% 역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마트는 이번 2·4분기 실적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롯데쇼핑 실적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6조3,306억원의 매출을 올려 26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4분기에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 신장률이 -9.2%였지만 온라인 매출을 늘리고 판관비를 줄여 실적을 방어했다. 이 기간 롯데마트의 국내와 인도네시아·베트남 합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6,020억원과 22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6%, 12.5% 증가했다.
그러나 2·4분기는 1·4분기와 달리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의 여파로 실적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 감소폭이 워낙 큰데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주말마다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이마트 역시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재난지원금이 본격 사용된 5월13일부터 6월12일까지 한 달간 품목별 매출을 보면 한우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 돼지고기는 10% 줄었다. 과일·채소·통조림도 각각 -11%, -7%, -5%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공시 관계상 전체 매출 증감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대략의 추세만 얘기하자면 재난지원금이 풀린 뒤 마트 매출이 10% 이상 빠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마트 공시에 따르면 4월 할인점 기존 점포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4.4%였고 5월은 -4.7%다. 4월에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5월에 마이너스로 바뀐 것은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5월은 지난해 5월보다 휴일이 2일 더 많다”면서 “그런데도 매출이 4.7% 감소했다는 것은 실질적 타격이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단기적인 매출 하락보다 장기적인 고객 이탈을 더 크게 걱정한다. 재난지원금을 쓰기 위해 평소 찾지 않던 농협하나로마트나 식자재마트로 간 고객이 마트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워낙 집중적인 규제를 받는 곳이어서 한번 빼앗긴 고객을 회귀시킬 만한 수단이 마땅히 없다”며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대기업 마트는 잘되려야 잘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은 물론 전국에서 대형마트의 대항마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식자재마트도 영업시간과 의무휴업 규제를 받지 않는다. 역시 규제가 없는 편의점과 다이소 같은 균일가매장도 접근성과 가격을 무기로 마트 손님을 무섭게 빼앗아 가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대칭 규제에 따른 어려움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본다”면서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70%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인 만큼 국회가 대형마트에 집중된 규제를 완화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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