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과 이 부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인정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제동을 건 셈이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시·보고가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시민위원회의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에 이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까지 나오면서 삼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3연승을 거두게 됐다. 이에 따라 표적·과잉수사로 삼성의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게 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수사심의위원들은 이날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본격 심의한 뒤 불기소를 권고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불기소 권고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에 경종을 울린 만큼 더 이상 사법 리스크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수사를 1년8개월째 진행하면서 삼성 임직원들을 430여차례나 소환조사했고 압수수색만 50여차례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서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에 나서며 삼성은 위기극복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을 기점으로 햇수로 5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한 것은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고 부족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어 삼성은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재용·박준호기자 jy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