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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예비타이어 없는 車… 싫어도 서로 손잡을 줄 알아야"

'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세계경제硏-하나銀 콘퍼런스 기조연설

"단기수익 위해 장기안정성 훼손

결국 각국경제 회복력 떨어뜨려

의약품 최저가 공급 등 공조 필요"

조지프 스티글리츠/위키피디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가 만든 세계 경제가 ‘스페어(예비)타이어 없는 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문제가 없을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시스템을 회복할 능력을 잃습니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하나은행 국제 콘퍼런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 기조연설에서 “회복력 있는 경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코로나19가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들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는 모든 나라에서 정체를 보이고 GDP 교역량도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이전에도 각국 경제는 세계화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며 “제조업 기반에서 서비스업 기반으로의 생산구조 전환은 코로나19로 더욱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기수익을 위해 장기 안정성을 훼손하면서 각국 경제의 회복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과 몇 분을 아끼기 위해 생산역량을 갖추지 않은 채 외부에 의존했고 이로 인해 마스크 등 방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일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가 상호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보건과 환경·기후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구명보트에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타더라도 같이 노를 저어 안전지대로 가야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허풀을 만들어 전 세계 어디서도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의약품이 최저가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부 백신 보호주의나 부유층에게 최우선의 접근성을 주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초래할 경기불황은 장기적이고 극심할 것”이라며 “대공황 때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을 못했지만 이번에는 공조가 필요한 전 세계의 문제임을 깨닫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에드먼드 펠프스/위키피디아


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소요와 같은 혼돈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펠프스 교수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향후 10년·20년간의 기후변화에 따른 비용 추정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활력을 잃었고 혁신도 큰 타격을 받았다”며 “자기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면 국가 붕괴나 사회적 소요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카르멘 라인하르트/위키피디아


카르멘 라인하르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하버드대 석좌교수도 “코로나19 이후 세계 자본의 흐름이 거의 붕괴했고 교역량도 큰 폭으로 위축됐다”며 “1인당 소득은 대단히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저소득 노동자들이 실직 등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영세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해외 석학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한국에 오지 못하고 녹화와 생중계로 참여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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