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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동학개미' 주식양도세 내라는 정부, 증세론이 억울한 까닭

'조세 중립'이라는데 "사다리 걷어찬다" 반발

거래세 두고 양도세 확대...'이중과세' 성토

기재부 "양도세 늘린 만큼 거래세 인하"

'큰손' 투자자들은 稅 부담 대폭 늘어나지만

年 2,000만원 이하 벌면 사실상 '감세' 가능

금투업계 일부 "낙관편향 빼면 나쁘지 않아"

거래세 두고도 "양도세 보완" vs "세금 목적"





“금융투자소득 개편은 세수 중립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홍남기 부총리)

“증세를 고려한 세제 개편이 전혀 아니다.”(김용범 1차관)

“절대 증세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임재현 세제실장)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해 연 2,000만원 넘게 수익을 거두면 소액 투자자라 하더라도 그 초과액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얼마를 벌든 대주주(지분율 1% 또는 10억원 이상 보유)에 대해서만 주식 양도세를 부과했는데, 이를 소액주주까지 확대한다는 겁니다. 자산 보유에서 소득 규모로 과세 기준을 바꾸는 것이지요. 대신 완전 폐지는 아니지만,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낮춘다고 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거래세를 폐지하지 않은 채 양도세 과세를 전면 확대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꼼수 증세’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조세 중립적으로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자신하던 기재부에는 답답하고 억울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금융세제 개편 방안을 둘러싼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개미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내지 않아도 됐던 양도세 부담이 생긴다고 성토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과세 대상이 확대됐으니 맞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들에게 양도세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는 게 맞을까요. 국내 주식투자로 2,000만원을 넘게 버는 투자자와 그 아래로 버는 투자자 사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주식 투자로 총 3억원을 굴리는 A 씨. 그는 보유 주식 가치가 3억3,000만원으로 뛰자 전량 매도해 3,000만원 양도차익을 거뒀습니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A 씨는 3억3,000만원어치 주식을 팔 때 증권거래세(0.25%) 82만5,000만원만 내면 됩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양도차익 3,000만원에 기본공제 2,000만원을 뺀 1,000만원이 과세 대상 이익이 돼 여기에 2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양도세만 200만원이 되죠. 여기에 3억3,000만원어치를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0.15%)가 붙기 때문에 49만5,000원을 더해야 합니다. 총 세 부담은 249만5,000원이 됩니다. A씨가 부담할 세금은 당초 82만5,000원에서 249만5,000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번엔 반대로 주식에 1,500만원을 투자한 평범한 개인 투자자 B씨. 그는 보유 주식 가치가 2,100만원까지 오르자 전량을 매도, 600만원의 양도차익을 거두려고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2,100만원 매도 시 발생하는 증권거래세(0.25%) 5만2,500원만 내면 됩니다. 2023년부터 전면 과세가 시행돼도 이익 규모가 기본공제 2,000만원에 못 미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증권거래세만 내면 되는데 세율이 0.15%로 낮아지기 때문에 그가 부담할 세금은 오히려 3만1,500원으로 2만원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양도세 부담을 성토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소액 투자자들은 B 씨의 사례처럼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 세제 전문가는 “수억을 굴리는 투자자가 아닌, 정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몇 천 만원 투자하는 투자자는 거래세가 내려가기 때문에 오히려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중과세?

금융투자업계, 특히 개미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는 찔끔 낮추면서 양도세까지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비판합니다. 맞는 말일까요.

우선 상장주식 양도세 기본공제는 연간 2,000만원입니다. 2,000만원을 넘게 벌어야 양도세를 낸다는 말입니다. 2,000만원을 못 벌면 증권거래세만 내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2,000만원을 넘게 벌면 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내야 하니 이중과세가 맞습니다. 하지만 2,000만원을 못 벌었다면 증권거래세만 내면 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중과세가 아닌 거지요. 그렇다면 연간 수익이 2,000만원을 넘겨 ‘진짜 이중과세(증권거래세+양도세)’가 되는 투자자는 얼마나 될까요. 기재부는 2,000만원으로 기본공제액을 설정함에 따라 전체 600만 투자자(한국거래소 상장법인 주식투자 통계) 가운데 5% 수준인 30만명 정도만 양도세를 낼 것으로 봅니다. 기재부는 심지어 “양도차익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증권거래세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이중과세를 조정해준다”고 곁들입니다.



어찌 됐든 나머지 570만명은 지금보다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얘긴데요. 대부분이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반발하는 걸까요.

기재부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나도 언제든 2,000만원 넘게 벌어서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많이 빠져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작 본인은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지 않아 위 B 씨 사례처럼 세 부담이 줄어드는데, 자신에게 해당하지도 않는 일을 두고 열을 낸다는 겁니다. 잃을 거라고는 별로 생각을 안 하고 벌 거라고만 생각하고 뛰어드는 게 주식투자이긴 합니다. 한 전문가는 “주식 양도차익으로 2,000만원 이상 내려면 수 억 원은 굴리는 큰 손이어야 하고, 수익률도 대단히 좋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2~2017년 중 개인 투자자가 수익을 낸 해는 2017년(9.9%)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30~40% 손해를 봤습니다.(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기준·키움증권) 설사 9.9% 수익률을 올린다 하더라도 양도세 대상이 되는 2,000만원 이상을 벌려면 최소 2억원은 투자하는 ‘큰 손’ 개미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결국, “낙관주의 편향을 제거하고 보면 양도세가 꼭 나쁘다 볼 유인도 없다”(한국투자증권)는 솔직한 평가가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도 나왔습니다.

임재현(가운데)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임 실장, 김문건 금융세제과장/연합뉴스


오히려 기재부는 금융투자업계 주장대로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하면, 2,000만원 미만 이익을 거두는 투자자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되는데, 그것이야말로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증세다?

증세냐 아니냐를 두고도 시끄럽습니다. 기재부는 “절대 증세가 아니다”라고 항변합니다. 우선 기재부의 주장입니다. 이번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로 정부가 더 거둬들이게 되는 세금은 2조4,000억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렇게 더 벌어들이는 세금을 증권거래세 인하로 상쇄시키겠다고 합니다. 이들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조세 중립’이라는 말이 이 뜻입니다. 전체로 보면 절대 세금을 더 거둔 게 아니라는 거죠. 그저 “복잡한 금융세제를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순수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역설합니다.

하지만 기재부 설명과 달리 사실상 증세, 그것도 핀셋 증세라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570만 투자의 세 부담이 증권거래세 인하로 찔끔 줄어들긴 하지만 ‘슈퍼 개미’라고 할 수 있는 30만명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대폭적인 증세가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향후 증시 호황기에는 양도차익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사실상 증세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주장도 있죠. 주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하늘도 모르긴 합니다.



거래세의 운명은?

기재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세제 개편안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관철하려는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재부는 정부안을 유지해보겠다는 각오로, 증권거래세 폐지 반대 논리 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기재부는 “거래세는 양도세의 보완 개념으로, 양도세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거래세를 폐지하면 과세 공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세의 유일한 목적은 세금을 걷는 것”(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이라고 합니다. 거래세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아예 다른 것이지요. 거래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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