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대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또한 북한이 실질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 전 총장은 27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개인적 친분을 만들어보려 시도했지만 공고한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측면에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능력을 계속 강화하면서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야심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 확산 통제 시스템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 외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군축 협정, 핵보유국인 중국과 파키스탄 간 전쟁 위기,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등도 함께 ‘핵 위기의 사례’로 열거했다.
반 전 총장은 “핵 갈등은 오늘날 매우 선명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남아 있다”며 “핵보유국들이 무기 감축을 위한 공고한 단계를 밟아 나가지 않는다면 (핵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경건한 말들은 공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해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것은 ‘근시안적’이고 ‘시대 역행적’인 조치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은 마지막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 무기감축 협정’(New START·뉴 스타트)이 연장되도록 국제사회가 양국에 강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 스타트는 두 나라의 핵탄두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뉴 스타트 연장이 우선이며 중국을 포함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미국과 러시아의 20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뉴 스타트 연장 여부가 중국에 달렸다는 주장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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