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기업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순기능이 기대되는 가운데 연구개발(R&D) 및 제품양산 역량이 자칫 과도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산업클러스터를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제약 클러스터 구축의 가속이 붙는 곳은 중부권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지역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융합사업단을 ‘학연 연계 사업화 선도모델 구축사업’대상으로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생명공학연구원이 주도하는 과제는 4차 산업혁명 기반 바이오융합 선도기술 클러스터 구축이다. 대전과 충남 지역 내 고부가가치 바이오메디컬 연구시설과 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바이오의약 기술사업화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인접한 충북 청주시 오송에선 바이오의약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컨퍼런스센터 구축이 추진된다. 삼성제약이 약 400억원을 들여 호텔 하얏트와 함께 충북 오송 지역에 1,200여 평 규모의 ‘하얏트 플레이스’를 세울 계획이다.
강원도와 경남 김해, 경북 포항 등도 바이오클러스트 구축을 위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중 강원도는 비대면의료 실증사업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돼 지난 27일부터 격오지에 사는 당뇨 및 고혈압 재진환자들에 대한 원격의료 실증사업을 개시했다. 포항에선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해 5만1,846㎡ 규모의 바이오클러스트러를 건립한다. 김해는 생명강소연구개발특구 등 대형 국책 사업에 선정돼 의생명·의료기기 연구개발(R&D) 허브가 들어선다.
수도권에선 인천광역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에서 조성하는 ‘인천 스타트업 파크’사업에 셀트리온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셀트리온은 4년간 스타트업의 혁신 신약 개발을 지원한다. 앞서 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인천 스타트업 파크’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송도에 공공 자원과 민간 역량이 융합된 자생적인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를 조성해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것이 이번 스타트업 파크 사업의 목표다.
이런 가운데 서울 마곡과 홍릉, 경기 성남 판교 등에는 바이오단지가 들엏선 상태다. 대학 내 연구실에서 비좁게 연구를 진행하던 바이오벤처들이 이들 장소로 본사를 옮겼다. 수도권의 장점은 압도적인 접근성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글로벌 제약사와의 교류가 편하고, 서울 인근에 위치해 고급 인력의 유치가 쉽다.
일각에서는 제약 및 바이오클러스터 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면서 관련 인프라와 기업, 교육기관의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화두가 된 현 바이오산업에서 바이오벤처와 중견제약사, 대형 공장이 한 곳으로 모여 치열한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 만큼 바이오클러스터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별 접근성의 차이에 따른 인력유치 문제가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사급 인력이 자녀 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서울 인근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지역에서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각 지자체가 성과 보여주기 식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에 나서는데, 우려가 먼저 든다”고 덧붙였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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