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주 오랜 골칫거리였던 일본 수입 맥주 재고를 모두 처리했다. 그동안은 울며 겨자 먹기로 땡처리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본사가 반품을 허용하면서 비용 부담 없이 창고에 남아 있던 재고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A 씨는 “과거 아사히만 찾던 고객들도 이젠 국산 수제 맥주로 넘어갔다”며 “불매운동 여파가 여전해 지금이라도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한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불매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이 계속돼 일본 소비재 판매 실적 회복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은 일본 맥주 악성재고 폐기 사례가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맥주 OUT…재고 반품도=3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는 지난주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맥주 12종에 대해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했다. 대상은 아사히캔(6종), 코젤라거캔, 산토리캔(2종), 오티나와캔, 에비스캔(2종) 등이다.
반품된 맥주는 전량 폐기됐다. CU 관계자는 “가맹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사 반품을 진행했다”며 “이에 대한 비용은 모두 가맹본부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CU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을 맞았지만 수입 맥주 시장에서 여전히 반일 소비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수입액 1위를 차지하던 일본 맥주는 지난해 7월 불매운동 이후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올해는 1~5월 수입액이 243만9,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91%나 급감했다. 일본 맥주를 유통했던 유통사들은 계약직 영업사원 계약을 종료하거나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경영진 교체에 철수까지=2005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가성비’를 앞세워 빠르게 한국 의류 시장을 점령하던 유니클로 등 의류 업체들은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유니클로 임원의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실언까지 더해지자 시민들은 불매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한국에서 유니클로 사업을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운동 여파에 지난해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며 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이 1조 원 밑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적자전환 했다. 이런 와중에 구조조정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 발송해 논란을 빚었던 배우진 에프알엔코리아 대표가 전격 교체되는 일도 발생했다.
또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도 한국 진출 1년 8개월 만에 한국 내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고 데상트코리아도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의 단독 매장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의류업계 전반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의류 외에도 한국 비하 발언을 하며 불매 운동에 불을 지폈던 화장품 브랜드 DHC도 각종 화장품 매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등 사실상 퇴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동물의 숲은 면죄부?= 반면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일부 제품들은 여전히 인기를 누리며 불매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티몬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 에 ‘닌텐도 스위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3월 첫 10위권 진입 이후 4월에는 게임 ‘동물의 숲’의 인기에 검색 키워드 1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인기에 스위치가 판매되는 마트와 전자제품 판매업체에는 아침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의 국내 유통사 대원미디어의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위치 판매량은 8만2,8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늘었다. 한국닌텐도는 대형마트에 가는 물량은 직접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누적 판매량은 곱절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호품인 담배도 불매운동의 파고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이 아닌 제 3국에서 생산된 일본 브랜드 담배 수입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필리핀에서 온 담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 가까이 늘어난 331톤이었다. 필리핀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담배는 ‘뫼비우스’로 유명한 일본 담배회사 JTI 제품이 유일하다.
/노현섭·박민주·박형윤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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