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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 "책상 앞에서 혁신 찾는 연구자들, 현장으로 나가라"

■세션2 : 연구개발 혁신

- 박희재 서울대·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강연

1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 세션2 발표자로 참석한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혁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이호재기자




1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 세션2 발표자로 참석한 이진형 스탠퍼드대 생명공학 교수가 혁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이호재기자


“한국에서 혁신이 왜 안 되는 것일까요? 말로만 해서 그렇습니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1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0’ 세션2 강연자로 나선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에 갇혀 있는 연구자들이 진짜 산업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션2 강연을 함께 이끌어간 이진형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미래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혁신의 키워드로 엔지니어링 플랫폼 개발을 제시했다.

국가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전혀 딴판이라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R&D 투자현황 관련 통계를 제시하며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인풋(input)은 훌륭하나 아웃풋(output)은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R&D 집중도는 세계 1위인 반면 상업화는 43위, 상업적 부가가치 창출은 20위”라며 “다른 국가에 비해 아웃풋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연구실에 갇혀 있는 국내 R&D 투자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어 “한국 이공계 박사의 80% 정도는 대학 연구소에 있는데, 다들 앉아서 논문만 쓴다”며 “현장·시장·산업과 연결되지 않은, 말뿐인 혁신을 해서 다람쥐 쳇바퀴를 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공계 박사들 앉아서 논문만 써

시장·산업 등과 연결되지 않아

신성장 위해선 현장 공감이 중요



제대로 된 기술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 회복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혁신은 중요하고, 기업가 정신은 더 중요하다. 이 두 개는 절대 분리가 안 되는 한 몸”이라며 “두 개가 연결돼야 진정한 기술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안전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현재의 교육·채용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박 교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공무원과 공기업에서 일하려는 20~30대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은 상업화와 시장, 고객, 돈,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산업의 혁신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없는 엔지니어링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뇌의 작동원리와 같이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신체의 문제를 다루는 바이오 산업의 경우 기존 정보기술(IT) 산업과 같은 성공 방정식이 없어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내 굴지의 바이오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 방식은 바이오 기업들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며 “산업의 특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K방역’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어 “결국 바이오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라며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약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병으로 인한 인간의 생체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지녀야 ‘혁신’ 가능

젊은이들 도전 시스템 조성해야



엔지니어링 플랫폼 개발은 이 교수가 실제 뇌 질환 영역에서 집중하는 것이다. 그가 세운 스타트업 ‘엘비스(LVIS)’에서 만든 뇌 진단 플랫폼은 기계의 전기회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뇌에 접근해 특정 질환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영역을 파악해 치료에 도움을 주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가 진단도, 치료도 하지 못한 뇌 질환의 경우 전기회로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회복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며 “바이오 기업들도 신약개발이라는 보물찾기를 이제 그만하고 병의 원인을 분석하는 엔지니어링 플랫폼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서울포럼의 주제인 ‘초격차’에 관해서도 이 교수는 혁신기술의 영속성을 강조했다. 영원한 1등을 보장하는 기술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끊임없이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초격차는 달성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초격차 기술개발 그 이후에 있다”며 “‘어떠한 성공도, 어떠한 실패도 끝이 아니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계속 나아가는 게 초격차 전략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이경운·이희조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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