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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마시라

서종갑 산업부 기자

서종갑 산업부 기자




쌍용자동차를 보면 생각나는 우화가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가난한 농부는 어느 날 우연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어 큰 부자가 된다. 재산이 늘어날수록 그는 더 큰 욕심을 부린다. 하루에 황금알 하나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

쌍용차를 보고 있자면 배를 가르려는 자들은 가득한데 지키려는 이는 없어 보인다. 누가 쌍용차의 배를 가르려고 하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답변은 제각각이다. 직원들은 외국계 자본이 농부란다. 상하이차 먹튀 사건, 마힌드라의 추가 투자 철회 소식을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면 쌍용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다수 국민은 노조가 문제라고 한다. 기득권은 버리지 않고 잇속만 챙긴다고 한다. 지난 25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다녀온바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차체 1공장과 조립 1공장을 둘러본 후 만난 공장협의회 대표단은 눈물로 쌍용차 지원을 호소했다. 1988년 쌍용차에 입사해 올해 정년을 맞이하는 김상춘 공장협의회장은 자식뻘인 기자들 앞에서 수차례 고개를 숙이고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때는 강경투쟁 사업장이기도 했고 높은 연봉을 받았을지 몰라도 현재는 아니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쌍용차 직원들은 임원 20% 축소 및 임원 임금 10% 삭감, 사무직 순환휴직, 전 직원 임금 일부와 상여금 반납으로 1,000억원 이상의 인건비를 줄였다. 올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대비 1,500만~2,000만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날 김 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도와달라”는 말을 다섯 차례 정도 했다. 절박한 심정이 와 닿았다.

그러나 냉철히 돌아보면 쌍용차의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한가운데 이들이 있다. 신차 부재, 전기차 기술력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당면한 쌍용차의 문제는 낮은 생산성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인력이나 인건비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 안타깝게도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회사 내에서 이들 단어는 금기시됐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쌍용차에 ‘사즉생(死卽生)’을 요구했다. 그러나 쌍용차 직원들은 아직 답할 준비가 되지 않아 보였다. 누구의 손인지는 몰라도 쌍용차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는 갈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 손을 막아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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