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나본 ‘주식타짜’들은 치열하게 공부합니다. 돈을 잃는 것을 마치 제 살이 깎이는 것처럼 여기죠. 직장을 다니며 투자하는 ‘동학개미’들도 세상에 공돈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허영만(사진) 화백은 최근 대한민국 주식고수 7명을 인터뷰해 묶은 만화책 ‘허영만의 주식타짜’를 출간했다. 그가 지난 3년간 수소문해 만난 ‘재야 주식고수’의 투자비법과 철학을 다룬 책이다. ‘바람의 숲’ 김철광씨, 손명환 세광무역 대표, 이정윤 밸런스투자아카데미 대표, 알파트로스 성필규씨,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회장, 단타 천재 설산씨 등이 인터뷰 대상이다. 워낙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재야 고수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허 화백에 대한 팬심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허 화백은 “일반인들의 주식 직접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주식고수들의 생존방식을 보면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인터뷰집을 내게 됐다”고 출간 취지를 설명했다. 그가 본 주식고수들은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다. “주식 선수들도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습니다.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가 있고 동전주만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자기만의 투자법칙을 만들어서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 무엇보다 손절과 익절을 칼같이 지킨다는 점입니다. 보통 -10% 선에 무조건 팔고 목표수익에 도달하면 에누리없이 팔아치우는 것을 보고 ‘진짜 선수구나’ 싶었습니다.”
재테크에는 평생 관심이 없던 허 화백은 3여년 전 실전투자 만화 연재를 시작하면서 주식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허 화백이 직접 댄 종잣돈을 쟁쟁한 고수들에게 맡겨 투자하는 ‘허영만의 3천만원’은 1년에 약 30%의 수익을 내고 마무리했다. 지난해 4월에 판돈을 2배로 올려 시작한 ‘허영만의 6천만원’은 계약기간(1년) 만료로 운용을 중단했는데 하필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급락한 직후여서 손실을 냈다. 허 화백의 1년 수익률은 -25%였으며 자문단으로 활동했던 주식고수 5명은 12~61%가량 손실을 입었다. 그는 “수익률이 떨어져서 그만둔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주식고수가 ‘급락이 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배짱이 없어서 추가 투자를 못했다. 확실히 주식투자는 겜블러의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입맛을 다셨다.
금융시장의 급등락을 타고 넘는 사람이야말로 전문가라고 허 화백은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수들조차 헉헉댑니다. 특히 안 그래도 돈이 많았는데 레버리지를 썼다가 큰 부를 잃은 사람을 이번에 봤습니다. 욕심이 많을수록 채워지지 않는 구덩이도 많다는 것을 요즘 느낍니다.”
허 화백은 이제 주식투자가 취미가 됐다고 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빨간불을 보면 기분이 좋고 파란불을 보면 후회하는 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며 “다만 자기 분수에 맞게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히말라야에 가겠다고 나서면 되겠느냐는 것이다. 도봉산에 올라서도 즐거우면 충분하다는 게 허 화백의 인생론이자 주식투자 지론이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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