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6개 공기업의 정규직 직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현 정부 출범 초기와 비교해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 사실상 ‘묻지마 증원’인 자율정원조정제도 시행 등이 공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급격하게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우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급증한 공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궁극적으로 공공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등 전체 36개 공기업의 올해 정규직 직원(무기계약직 포함)에 대한 인건비 부담은 11조9,9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17년보다 1조7,181억원(16.7%) 급증한 결과다. 공기업 정규직 직원 인건비는 △2017년 10조2,745억원 △2018년 10조6,088억원 △2019년 11조2,126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연도별 전년 대비 증가율을 따지면 2018년에는 3.3%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5.7%로 커지더니 올해는 증가율이 7%에 달했다. 인건비 부담액 모수(母數)가 커졌음에도 증가율이 덩달아 커지는 것은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 기업이라면 이 정도 인건비 부담 상승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2017년 1조6,890억원이던 인건비 부담이 올해 2조356억원으로 3년 만에 20.5% 급증했다. 한전은 탈원전 정책 후폭풍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전체 지출을 점차 줄이고 있지만 늘어나는 인건비는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2018년 2,080억원, 지난해에는 1조2,76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봤다. 한전뿐 아니라 발전 자회사들인 △남동발전(1,907억원→2,705억원) △남부발전(1,729억원→2,148억원) △서부발전(2,015억원→2,210억원) △중부발전(1,771억원→2,034억원) △동서발전(2,189억원→2,412억원) 등도 3년 만에 많게는 40% 이상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이 밖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건비 부담이 3년 만에 무려 56.4% 늘어난 것을 비롯해 한전KDN(43.5%), 한국마사회(37.3%), 주택도시보증공사(121.2%), 여수광양항만공사(61.1%), 인천국제공항공사(47.2%), 인천항만공사(63.2%), 한국가스기술공사(45.1%), 한국수자원공사(47.9%) 등 대부분 공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아 최근 고급 기술인력들이 회사를 떠난 한국수력원자력(-13.7%)과 한전기술(-2.6%), 대한석탄공사(-6.1%) 3곳만 인건비 지출이 줄었다. 코레일의 경우 전체 공기업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곳인데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9.4%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급격한 인건비 부담 상승이 결국 국민 부담 증가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인건비 증가 등 공기업의 경영비용 증가는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비용 부담 증가가 가격 인상으로 전이되지 않을 경우 공기업의 적자 경영이 불가피한데 이 역시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공기업을 활용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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