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 동안 주요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이 3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가계소득이 직격탄을 받았다는 분석과 함께 짧은 기간 지나친 증가 원인으로 급락한 주식시장이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로부터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는 고신용자들이 주식투자 용도의 신용대출까지 받으면서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가 계속해서 조여오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신용대출에 자금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2조8,374억원(2.47%)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후 가장 큰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충격’이 시작됐던 3월엔 전월대비 증가 규모가 2조2,409억원(2.02%)이었고 4월, 5월엔 이 숫자가 4,974억원(0.44%), 1조689억원(0.94%)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차주들이 주요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이 반년 새 7조6,000억원 뛰었다. 지난달 다른 대출과 비교해보면 증가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월대비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은 0.71%에 불과하고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대출 등의 증가율도 역시 0%대에 머물렀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1.17% 늘어나며 꾸준한 증가곡선을 그렸고, 한때 폭증했던 대기업 대출은 4.3%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전부터 해결하겠다는 대출 수요를 지목한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신청한 후에도 시간이 지연되자 당장 인건비 등의 지출이나 가계 생활비를 목적으로 개인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속도나 규모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이미 휴가(8월)와 명절(10월) 등의 계절적인 요인으로 일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고신용자들이 대출 대열에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를 본 저신용자 대출만으로는 대출이 한 달 새 3조원 가까이 늘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계좌 수나 순매수 금액은 기록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로 당장 급전도 해결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있는 반면 저금리 상황에서 부담 없이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이 혼재해 있다”며 “금융시장에 ‘코로나19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은 신용대출 일부 상품 한도 조정에 나섰다. ‘비 올 때 우산 뺏기’로 비칠 수 있는 전면 조정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대출이 몰린 상품에는 일부 무게 조정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리스크심의위원회를 열고 일부 상품 한도를 조정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풍선효과가 계속 커진다면 앞으로 한도나 금리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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