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약 1만여개의 사모펀드에 대한 현미경 조사를 시작한다. 판매사 주도로 사모펀드를 자체 전수점검하게 하고 금융감독원 내에 ‘국 단위’의 별도 조직을 신설해 운용사에 대한 현장점검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부실 운용사를 걸러낼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당국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을 포함한 일부 운용사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는데도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된 상황에서 규제 강화 없이 추가 점검만 진행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2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을 위한 합동회의’를 열고 “개별 펀드와 사모펀드 운용사를 ‘투트랙 방식’으로 전수점검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기준 1만304개에 이르는 사모펀드는 판매사 주도로 자체 전수 점검을 진행하고 233곳의 사모펀드 운용사의 경우 금감원 내 별도 조직을 세워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우선 사모펀드의 경우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3개월간 판매사 주도로 운용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가 자료를 상호 점검하도록 하는 자체 점검을 진행한다. 이 점검에서는 사무관리회사가 보유한 펀드 재무제표상 자산과 실제 보관자산의 일치 여부를 판단하며 운용 중인 자산과 투자제안서 규약의 일치 여부, 운용 재산의 실재성 등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3일부터 판매사·운용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달 중순부터 점검을 시작한다. 점검 결과는 종료시 금감원에 보고하되 자산명세 불일치 등 법령 위반 사항이 의심되면 점검 중에도 즉시 보고해 필요시 현장 조사와 연계할 계획이다.
또한 사모운용사 점검을 위해 금감원 내에 자산운용검사국에 준하는 사모펀드 전담 검사조직을 꾸린다. 해당 조직에서는 금감원·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 등에서 파견된 30여명의 인력이 3년간 한시적으로 전담 검사반으로 활동한다. 금융당국은 7월 중순까지 전담검사반을 구성하고 순차적으로 기초사실이 파악된 운용사부터 검사에 착수한다. 운용사 전수점검은 통상 1개 운용사 조사에 2주 정도의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2023년 완료를 목표로 한다.
금융당국은 그간 사모펀드의 취지를 ‘모험자본 공급’이라 보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자본요건을 6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등 운용사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소형 운용사가 난립했고 올해 초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포함된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펀드 사기 행각을 막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점검 계획에 대해 ‘안일한 대응’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제도 개선 없이 점검만 해서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역시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요건 완화, 사모펀드 운용사의 최소자본요건 완화, 등록제 전환 등을 최근 펀드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금융시장을 불량배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 없이 진행하는 대대적인 점검은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행법이 펀드 판매로 인한 투자자 피해의 책임을 판매사에 일방적으로 지우고 있는데 운용사 규제 없이 전수조사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판매사 입장에서는 한동안 사모펀드 판매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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