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326030)이 상장 이후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21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풍부한 유동성이 SK바이오팜에 대거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매수 대기 물량만 1,000만주에 달하는 등 주식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상장 이틀째 주가가 증권가의 가이던스를 훌쩍 넘어버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전 거래일보다 29.92%(3만8,000원) 뛴 1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틀 만에 공모가(4만9,000원) 대비 237%나 급등했다. 개장 전 동시호가 때부터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오른 SK바이오팜 주가는 이날 장중 내내 상한가를 유지했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SK바이오팜 시총은 12조9,217억원으로 단숨에 한국전력(12조4,541억원)을 제치고 시총 순위(보통주 기준) 21위에 올라섰다. 20위인 기아차와의 차이도 900억여원에 불과할 정도로 좁혀졌다. 만약 6일에도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를 경우 SK바이오팜의 시총은 16조원이 훌쩍 넘어 포스코를 제치고 16위까지 올라서게 된다.
SK바이오팜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집중되면서 극심한 매매 정체가 벌어졌다. 이날 SK바이오팜의 거래량은 60만주가 채 되지 않았다. 총 공모주식(1,957만8,310주) 중 의무보유로 묶여 있는 주식(690만4,797주)을 제외하면 유통 가능한 주식이 1,022만여주나 됐지만 실제 시장에 나온 물량은 6%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상한가 따라잡기’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날 장이 마감되기 직전까지 상한가에 주식을 매입하려는 매수 대기 물량은 956만주가 넘었다. 시가로 1조5,000억원이 넘는 물량이다. 전날에도 대기 물량이 2,200만주를 넘어가면서 3조원 가까운 자금이 쌓인 채로 장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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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의 급등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앞으로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은 SK바이오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020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SK바이오팜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45% 정도로 보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2030년에는 8,3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근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뇌전증치료제 엑스코프리의 가파른 성장성을 보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올해는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겠지만 2024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SK바이오팜의 경우 올해 하반기 코스피200지수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조기 편입 이슈가 있는 만큼 향후 수급도 타이트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시총이 13조원일 때 코스피200지수의 매입수요가 30조~70조원 정도라면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규모를 956억~2,230억원으로 추정했다. MSCI지수에 편입될 경우 1,195억~1,433억원, FTSE지수는 239억~478억원으로 예상했다. 주요 지수에 편입되는 것만으로도 최대 4,000억원 정도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이 단기 급등하면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는 10만~11만원인데 이틀간의 급등으로 주가는 이미 이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한 일본계 증권사의 경우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를 8만원대로 산정하기도 해 투자자들의 기대치와는 간극이 크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당분간 의미 있는 경영 성과를 ‘숫자’를 통해 내보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진투자증권은 2022년까지는 SK바이오팜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주가를 전망하기 힘들다”며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봤을 때 현재 주가가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더라도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정 여부를 말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박경훈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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