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시작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은 우승자에게 상금 1억2,000만원과 함께 특별한 선물을 준다. 음료수 ‘맥콜’ 증정권이다. 투어가 우승자에게 주는 시드(출전권)는 2년짜리인데 주최 측은 3년간 음료를 무상 제공한다.
우승자 부상은 주로 자동차나 지역 특산물 등을 주는 일본 투어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에는 드문 편이다. 굴착기(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나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항공권(아시아나항공 오픈), 제주 포도호텔 6박 숙박권(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등이 손꼽힌다. 박인비는 지난 2018년 두산 매치 우승으로 받은 굴착기를 농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우승자 김지현(한화큐셀)은 굴착기 기부처를 알아보다가 전달할 곳이 마땅치 않자 지인에게 저렴한 가격에 넘겼다. 2018년 아시아나항공 오픈을 제패한 김지현(하이원리조트)은 우승 부상을 로스앤젤레스 가족여행에 쓰기도 했다.
3년간 유효한 음료수 부상은 선수들에게 어떻게 제공될까. 주최 측에 따르면 500㎖짜리 20개들이 상자로 매달 하나씩 총 720개가 배달된다. 2016년 대회 챔피언인 이소영은 “제가 우승했을 때는 대회 이름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이어서 매달 탄산수를 받았다”며 “너무 많아서 세수를 할 정도였다”고 농담을 섞었다. 그는 “원래 그전까지는 탄산수를 안 마셨는데 그때 이후로 즐겨 마시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회명이 바뀐 2018년에 우승한 박채윤은 “이번 대회 오기 전에도 받았다. 맥콜만 올 때도 있고 탄산수만 올 때도 있다”며 “워낙 많은 양이라 친척·친구들과 나눠 마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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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간 음료를 실컷 마실 새 후보로는 신인들이 떠올랐다. 유해란과 노승희가 이날 강원 평창의 버치힐GC(파72·6,434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똑같이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몰아쳐 6언더파 공동 선두에 오른 것이다. 유해란은 지난 시즌 추천선수로 이미 1승을 올렸지만 규정상 올 시즌 신인으로 분류된다.
12번홀(파3) 그린 주변 트러블 샷 때 애꿎게 벌타를 받을 뻔한 상황도 있었다. 유해란의 캐디가 클럽을 들고 한두 차례 연습 스윙하는 장면이 TV 중계에 잡힌 것이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경기 후 “라이 개선이나 스윙 구역 개선이 확인됐을 경우 2벌타가 맞지만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봤다”며 “동반자들도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아 단순한 시뮬레이션 상황으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캐디는 “탈출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랬다. 캐디가 클럽을 들고 빈 스윙해보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우리와 박민지가 5언더파 공동 3위다. 전우리는 내리막 홀인 1번홀(파4)에서 무려 290야드의 장타를 뽐내기도 했다. 이 대회 2017·2019년 우승자인 최혜진은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언더파를 쳤다. 그는 “실수가 나왔을 때 방어를 못 해 흐름을 잃었다. 버디로 흐름을 되찾다가 다시 뺏기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아쉬움이 남지만 2개 라운드가 남았으니 더 집중해서 경기하겠다”고 했다. 최혜진과 같은 조로 친 이소영은 3언더파, 김지영은 2언더파를 적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멤버 이정은은 1오버파로 마쳤다. 마지막 9번홀(파4) 더블 보기가 특히 아쉬웠다. 두 번째 샷이 길어 그린 너머 내리막 경사의 까다로운 러프에 박혔고 세 번째 샷도 강하게 맞으면서 반대편 러프로 향해 4온 2퍼트로 홀아웃했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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