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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경영개입 안했다더니…녹취록선 "이스타 지금 셧다운 해야"

이스타 노조, 최종구-이석주 대표 간 통화 녹취파일 공개

희망퇴직·미지급금 등 주요 경영 현안들에 대해서도 사실상 협의

"경영개입 없었다"던 제주항공 기존 주장과 배치돼 설득력 떨어져"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


“셧다운(운항정지)하면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내선 슬롯이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그건 각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습니다”(이석주 당시 제주항공(089590) 대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운항정지) 등 다양한 경영적 판단에 대해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셧다운을 비롯해 직원들의 희망퇴직, 협력업체 미지급금 등 중요 경영 사안들에 대해 두 대표이사가 협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지만 이번 녹취록 공개로 신뢰가 떨어지게 됐다. 특히 최고경영진 간 긴밀한 전화 녹취파일까지 공개될 정도로 양측 간 갈등이 커진 상황이라 두 회사 간 인수·합병(M&A)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두 대표 간 3월20일 통화내용을 일부 공개한 데 이어 6일 아예 6분35초 분량의 통화 녹취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 대표는 이스타항공이 셧다운 할 경우 항공업 경쟁력을 잃고 국내선 슬롯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맞다”면서 M&A가 완료되면 제주항공이 슬롯 상실 문제를 풀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 국내선까지 운항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으로 인한 임금체불과 미지급금 증가 등은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4∼6월 임금체불 등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으며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취파일에 따르면 사실상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돼 제주항공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최 대표가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항공에서 줘야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며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고 해왔던 제주항공의 기존 주장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두 대표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미지급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최 대표는 “협력업체 미지급금이 많은데 셧다운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 모른다”고 우려를 표하자 이 대표는 “제 명의로 법에 저촉 안되는 수준으로 (협력업체에) 협조해 달라고 레터를 보냈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최 대표는 “어떤 경로를 통해 녹취파일이 유출됐는지 모르겠지만 유감스럽다”면서도 “다만 통화 내용에 나오듯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이외에도 수차례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체불임금 문제를 놓고 이스타항공과 대주주에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비난이 있었지만 M&A 성사를 위해 제주항공과의 약속을 공개하지 못하고 비난을 감수해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다만 지난 3일 노조가 주장한 셧다운 지시 등의 쟁점에 대해 7일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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