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1차 협력사에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 지원 한도는 기금의 직전 회계연도 기본재산 30% 내에서 사내 복지기금협의회가 5년마다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이 순이익의 일정액을 출연해 조성된다. 이는 근로자들의 학자금이나 주택 마련 목적의 대출 지원 같은 사내 복지에 쓰인다. 현행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 46조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수혜 대상을 명시하고 있는데, 협력사 직원과 파견 근로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원청사 근로자들이 쌓아놓은 근로복지기금을 협력사 직원 지원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1일 최종 합의가 시도됐다가 막판 무산된 노사정 대타협 잠정 합의문에도 담겼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노사정 합의 불발에도 일단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협력업체들에도 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준 것”이라며 “다만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집행 실적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움직임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사정 대타협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지적한다. 노사정 대타협 참여를 둘러싼 내부 갈등 탓에 민주노총은 서명하지도 않은 노사정 합의문 초안을 정부가 발 벗고 이행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노사정 합의 없이도 추진할 계획이었다면 그 합의의 세부 사항들이 얼마나 생색내기에 불과했는지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35조1,000억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에도 노사정 합의를 전제로 한 사업이 포함됐다. 유급휴업이나 휴직수당의 90%를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노사정 합의에는 정부가 6월 말 종료된 이 사업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돼 있는데, 이미 국회가 3차 추경에 5,168억원을 반영해 통과시켜버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없었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며 “민주노총은 빠졌지만 경영자단체나 한국노총 등과는 협의가 됐던 내용이어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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