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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투자 시대, 문화를 바꾸자] 최종 판단은 투자자 몫...PB의 말, 의심하고 따져라

<하>리스크와 수익은 동전의 양면

"이 상품 망하면 세계경제 망해" PB만 믿었다가 낭패

'원금보장형'일 뿐 100% 원금보장 투자는 거의 없어

"불완전판매에 징벌적 과징금 부과하고 자문료 도입을"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옵티머스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는 ‘5등급’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위험 등급이 5등급인 가장 안전한 펀드”라는 담당 프라이빗뱅커(PB)의 설명을 믿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투자설명서도 교부받지 않은 채 전화로 덜컥 가입을 허락하기도 했다. 약관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PB의 ‘원금보장 약속’만 철석같이 믿은 셈이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작정하고 펀드를 부실하게 운용한 운용사에 있으며 상품을 방만하게 관리한 판매사에 있다. 하지만 큰 규모의 자산을 맡기면서 기본적인 정보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국내 투자자들의 잘못된 투자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00% 원금을 보장하는 펀드는 세상에 없어”=많은 판매사가 상품을 판매할 때 ‘원금보장’을 강조한다. 잘 모르는 신흥국 투자상품의 경우 ‘투자 국가가 저평가됐고 이 상품이 망하면 세계 경제가 망한 것’이라는 극단적인 설명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실제로 이번 옵티머스펀드 투자에서도 대다수 판매사의 PB들이 투자자들에게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손실이 날 수 없는 상품’이라고 해당 상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100% 원금을 보장하는 투자는 거의 없다. 일부 상품의 경우 채권의 비중을 높이고 파생상품 비중을 낮춰 원금보장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이는 ‘원금보장형’ 상품일 뿐 원금보장은 아니다. 또한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PB의 약속은 법적으로도 전혀 효력이 없다.

곽병찬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실장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일부 상품 중에는 원금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된 상품도 있지만 대다수의 금융투자상품은 원금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을 원금보장상품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PB는 ‘늘’ 의심해야=나아가 상품을 설명하는 PB에게 무조건 질문하는 것도 투자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습관 중 하나다. 고수익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 상품이 수익을 내는 방식과 위험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건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나아가 PB가 지나치게 특정 상품의 가입을 권유할 때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할 때는 직원을 동원해 해당 상품 판매를 독려하는 일이 흔하다. 또한 판매수수료가 자주 발생할 수 있는 만기가 짧은 파생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많은 투자자들은 주거래 금융회사에서 오랜 시간 가깝게 지내는 PB가 추천할 경우 쉽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홈페이지의 투자자 안내문을 통해 “직원의 금융 지식이 부족할 수도 있으며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다른 공격적인 상품을 권하는 경우도 많으니 직원이 추천한 상품에 대해 다양하게 문의하고 대답하지 못할 때는 담당자 교체를 요구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판매사를 의심하고 살피는 만큼 투자자 역시 자신의 투자 상황을 금융회사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객의 투자 성향을 판단하는 데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유한 자산이 학자금·전세금·결혼자금 등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라면 특히 투자에 신중해야 하며 투자 손실 시 가업이나 생활이 지장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할 요소다.

◇사후약방문 제재 그만…징벌적 과징금 필요한 때=하지만 투자자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이유로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당국과 판매사 등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가 아닌 펀드 등 간접 상품에 투자하는 건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완전판매 과징금 수준을 높일수록 판매 규제 실효성이 증가하고 과징금으로 거둔 재원으로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한 투자자 교육 등 인프라 투자가 가능하다”며 “불완전판매 행위 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수준을 현재 불완전판매로 거둔 수익의 50%에서 최대 200%까지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자와 판매자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자문료 중심의 투자문화 조성도 필요하다. 판매수수료 중심의 투자 문화에서는 선취 판매보수가 높은 금융상품을 팔수록 금융회사의 이익이 증가해 금융회사는 판매보수의 상한 제한이 없고 높은 선취보수가 연계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할 유인이 증가한다. 반면 자문수수료 중심 문화에서는 투자자 자산에 비례해 소폭의 자문수수료를 받고 장기 운용성과에 성과보수가 연동돼 판매사·투자자 간 이익이 일치한다. 실제로 영국은 이런 이유로 지난 2012년 말 자문 산업 활성화를 유도했고 그 결과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사례도 감소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같은 판매 구조에서는 판매사도 수수료가 높은 고위험 상품에 영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에 비례해 자문보수를 수취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양사록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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