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326030) 주가가 상장 이후 닷새 만에 4배 이상 폭등하자 해외증시에서도 ‘제2의 SK바이오팜’을 찾으려는 국내 투자자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헬스케어서비스 분야와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 열풍을 계기로 다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일 SK바이오팜의 상장과 함께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 바이오 종목의 인기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종목 순매수 상위 종목 15위와 16위에는 중국의 대표 원격진료 플랫폼인 핑안굿닥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소프트웨어 업체 슈뢰딩거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에는 각각 501만달러(약 60억원), 423만달러(약 51억원)가 순매수세로 유입됐다. 이외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항서제약(336만달러), 이노벤트바이오(242만달러), 우시바이오로직스(186만달러), 백사트(159만달러) 등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순매수 상위 해외종목 중 우시바이오로직스·핑안굿닥터·항서제약·화이자 등 몇몇 종목이 하위권인 40위권에 머물렀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 바이오 종목 핑안굿닥터와 슈뢰딩거는 모두 코로나19 이후 미래 헬스케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로 시장에서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달 이후 각각 16.01%, 36.19%씩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헬스케어지수가 6월 이후 -0.15%를 기록해 역성장하는 등 바이오 업종이 조정기를 거치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외에도 투자자들은 모회사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발판으로 중국 최대 의약품 전자상거래와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성장 중인 알리건강도 14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중국 등의 원격의료 플랫폼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각국의 활용범위 확대와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바이오 기업에 대한 매수세가 수탁생산·개발업체(CDMO)인 우시바이오로직스로 집중됐다면 이달에는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개발하는 항서제약과 이노벤트바이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서제약은 중국의 최대 제약사로 국내 바이오 업체 에이치엘비(028300)가 보유한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중국명 아파티닙)’에 대한 중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노벤트바이오 역시 다수의 항암신약 임상을 진행 중인 중국 대표 바이오 기업이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 주도의 제네릭 의약품 대량 입찰이 오는 7월 말~8월 초 예정돼 있다”며 “제네릭 의약품의 사업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입찰에서 자유로운 혁신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대형 제약사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업에 합류하며 최근 주가가 급등한 백사트, 미국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바이오앤테크에도 매수자금이 유입됐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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