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4월 현대건설이 4조9,601억원에 팔렸다. 현대건설은 1998년 대기업 계열의 구조조정 방안이 결정된 뒤 2001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었다. 채권 규모만 5조원에 육박했고 채권단도 1조8,900억원을 쏟아부었다. 5년여가 지난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다시 6년이 지나서야 현대자동차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1997년 외환위기발(發)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은 정부였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개최한 제3회 인베스트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나종선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운영부문 대표는 “6대 대기업과 대우 계열사 83곳 중 63곳이 2년6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는데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에 진행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옛 현대전자)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성공적 결과물이다. 당시 현대전자는 정부가 주도한 ‘빅딜(big deal)’에 따라 LG반도체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워크아웃을 거쳐 SK텔레콤의 품에 안겼고 지금은 SK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고 과거 구조조정이 성공의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조조정의 키가 정부에서 은행 등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성과는 어땠을까. 나 대표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20개 건설사 중에서 5개 업체만 정상화에 성공했고 신생조선사 워크아웃은 결과적으로 멀쩡했던 STX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로 이어졌다”며 “제조업 중심의 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이 부적합했을 뿐만 아니라 채권단 간 긴밀한 협력이 부족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당시를 평가했다.
비싼 수업료를 낸 뒤 시작된 게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부실채권(NPL), 그리고 한국성장금융의 기업재무구조개선펀드 등을 통한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시스템이었다. 핵심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기업이 사전에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을 만들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빠진 기업을 되살려 내는 것이다. 나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구조조정 시기를 두고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시장 중심 구조조정의 핵심은 민간의 투자인데 그동안 기업구조혁신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했다”며 “기업과 채권단·법원 등 매도자들의 인식변화가 수반된다면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의 주체인 사모펀드의 역할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김기정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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