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와 관련된 각종 법 조항을 하나로 묶기 위한 ‘상장회사법’ 제정 공론화 작업이 시동을 걸었다. 대규모 감사 선임 불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온 ‘3%룰’을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증권법학회 공동 개최로 열린 ‘상장회사법 제정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상장회사 관련 법 조항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낼 필요가 있다”며 독립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상장회사 지배구조 관련 특례조항은 상법, 재무구조는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원화된 법체계 탓에 주무 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가 달라 정합성이 맞지 않는 입법이 추진되는 등 혼란이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통일된 법체계를 구축해 미래 지향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상장회사법의 골격이 제시된 가운데 3%룰(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황현영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과 3%룰 적용 이후 부결 안건이 늘었다”며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합산 3%룰’이 아닌 ‘단순 3%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섀도보팅이 폐지된 후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주총 무산 사태는 지난 2017년 9건에서 올해 340건으로 증가했다. 김종선 코스닥협회 전무도 “감사 선임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3%룰 폐지 내지 완화가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사외이사의 선임 의무 변경도 눈에 띄는 점이다. 황 전 조사관은 상장회사법의 주요 내용으로 자산 1,000억원 미만인 상장회사에 한해 사외이사 선임 의무 면제가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대신 상근감사 또는 특례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마련된 규제인 만큼 시대에 뒤떨어지고 코스닥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된다는 취지다.
참석자 대부분은 상장회사법 제정에 환영의 뜻을 내보였지만 각론에서 의견이 갈렸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위원은 “3%룰, 소규모 상장사의 감사 완화는 공공성이 크게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도 “3%룰로 최대 주주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을 경영권 침해로 볼 수 없으며 사외이사 선임을 아예 면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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