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와 이른바 ‘눈알 가방’으로 알려진 국내 가방 브랜드 플레이노모어 간 법적 공방에서 대법원이 에르메스 쪽 손을 들어줬다. 에르메스가 플레이노모어의 제품에 대해 자사의 간판 제품인 ‘버킨백’, ‘켈리백’을 모방했다며 낸 소송에서 원심은 플레이노모어의 독창성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9일 에르메스와 한국법인인 에르메스코리아가 김채연 플레이노모어 대표 등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플레이노모어의 제품이 에르메스의 제품과 일부 형태의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 공정 경쟁 질서를 해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에르메스 측은 플레이노모어가 버킨백·켈리백과 유사한 형태의 핸드백에 ‘샤이걸’, ‘윙키걸’ 등 도안을 붙여서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플레이노모어가 버킨백 등 널리 알려진 상품과 유사하게 만들어서 혼동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자신들의 성과물을 도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 당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플레이노모어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도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켈리백·버킨백은 전면부와 측면부의 모양, 손잡이와 핸드백 몸체 덮개의 형태, 벨트 모양의 가죽 끈과 링 모양의 고정구 등이 어우러진 차별적 특징이 있다”며 “특정 상품으로서 식별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플레이노모어의 제품이 판매되면 에르메스 상품의 수요를 대체하거나 희소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공정 경쟁질서에 부합한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핸드백 등 패션잡화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다른 업체의 디자인을 쓰려면 계약 등을 통해 제휴·협업하는 게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명품 가방 형태를 그대로 이용한 후 창작적 도안을 부가한 행위가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앞으로 패션업계의 개발 실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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