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질주 '언택트 3총사'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의 시총 합계는 101조687억원(종가 기준)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이들 종목의 최대 시총이 104조4,079억원까지 늘기도 했다. 이날 네이버와 카카오는 장중 7.30%(2만1,000원), 3.52%(1만2,500원) 뛰어오른 30만8,500원과 36만8,000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신고가를 기준으로 두 종목의 시총은 각각 50조6,753억원과 32조3,274억원을 기록했다. 장중 현대차를 밀어내고 시총 9위에 올랐던 엔씨소프트도 장중 시총이 21조4,052억원까지 증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우려에도 불구하고 언택트 종목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양호한 실적은 물론 언택트 문화의 정착과 함께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들 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주도주로 떠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서 언택트 등 주도업종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기술과 산업 구조의 변화가 빨라졌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3사 영업익 1.3조서 2년 뒤엔 4조원대로 급성장"
카카오의 경우 영업이익이 지난해 2,068억원에서 2022년 7,99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KT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은 카카오가 2022년 연간 1조원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봤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이 실적을 내는 원동력이 각종 무형자산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무형자산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비교적 효율적으로 자본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유통업처럼 공장·매장·재고 등 유형자산으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에는 경기 순환에 민감하다. 위기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불경기에는 가동하지 못하는 설비도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게임 업체처럼 무형자산을 투자수익으로 삼는 기업들은 이 같은 ‘투자 사이클’에 휘둘릴 염려가 적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형자산의 경우 투자 사이클이 없다”며 “더구나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 역시 안정적이라 굳이 자본을 쌓아놓을 필요도 없어 자본을 가볍게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순환 사이클이 없어지면서 전통산업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언택트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산업의 경우 경기 하강기에 투자를 늘려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전략을 주로 쓰는데 불황이 고착화하면서 이 같은 방식이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보기술(IT) 플랫폼 산업은 기존 제조업종과 달리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가령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웹툰 등 자회사를 활용해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지·카카오스토리·카카오뱅크 등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대표되는 게임 IP를 활용해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제조업종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IT 플랫폼 등 일부 업종으로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나·심우일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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