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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뒤안길]이게 왜 거기서 나와

■독일 박물관에 있는 호피방석

조선 관료들이 사용...채제공 초상서도 발견

독일 로텐바움 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호피방석인 ‘품석’. /사진제공=문화재청




국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다 보면 ‘이게 왜 이런 곳에 있게 됐나’ 싶은 문화재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외국박물관 수장고 한 켠에 코리아(Corea 또는 korea)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유물 중에는 일반적 시각으로는 문화재로 분류하기 애매한 근현대 민속품들도 많이 포함돼 있고, 다른 나라의 유물이 잘못 분류돼 있는 경우도 있다. 책에서도 본 적 없는 생소한 유물이 나올 때는 매우 난감하기도 하다.

독일 함부르크의 로텐바움 민족학박물관에서 만난 호피방석이 그랬다. 입수시기와 경위를 볼 때 조선 후기의 유물이 확실했지만 그냥 ‘방석’이라 하기에는 소재가 남달랐다. 이 호피방석의 정체를 밝힐 단서는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세계적 컬렉션으로 유명한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는 우리나라 보물 제1477-1호 ‘채제공 초상’과 거의 같은 조선 정조 시기 재상 채제공의 초상이 소장돼 있다. 그려진 시기와 옷차림이 거의 같고 그린 화가마저 동일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흡사하다. 그런데 다른 그림 찾기를 하듯 두 초상화를 살펴보다 영국박물관 소장 초상에서 호피 방석을 발견했다. 조선 시대 관료들이 사용한 방석의 일종인 ‘품석(品席)’이었다. 품석은 관품에 따라 표피(豹皮), 호피(虎皮), 구피(狗皮), 양피(羊皮) 등으로 재료를 달리했다. 독일 함부르크 박물관의 유물은 그림 속 호피방석의 실물이었던 것이다. 품석의 사용례가 그려진 회화 작품과 실제 유물이 영국과 독일에서 각각 확인됐으니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이 품석은 국내에 현존하는 유물이 확인되지 않아 자료적 가치가 높다.



이렇게 국내에는 없지만 국외에 전하는 유물로는 조선 시대 궁중 무용복인 몽두리, 조선 시대 성냥인 인광노 등이 있다. 이게 왜 거기서 나오나 싶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우리 문화재가 전해지고 알려지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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