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난 1990년대 동·서독 통일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정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했다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독일은 수출·제조업 중심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이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건전 재정을 위한 독일의 지출 구조조정 노력 사례를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독일은 금융위기 때 경기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75%의 재정을 쏟아부었다. 소득세 감면과 공공투자, 이전지출 확대 등 현재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쓰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2008년 0.13%이던 독일의 재정수지 적자는 이듬해 4.16%로 크게 악화했다. 국가채무비율도 같은 기간 65.2%에서 81%로 급증했다.
이에 독일은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각종 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 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했고 대대적인 비과세 항목 정비에 나서는 등 전반적인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렸다. 심지어 공무원 감축 및 공공 부문 지출 삭감, 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 등과 같이 민감한 부분까지 건드렸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 기반을 늘리는 독일의 노력은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처방이지만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재정 전문가는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추진될 수 있었다”며 “독일의 높은 국민성이 발현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독일의 재정수지는 소폭 플러스로 전환됐고 국가채무비율도 60% 초반대까지 회복했다. 예정처는 “위기 상황에서는 준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확장적 재정정책 등의 탄력적 재정운용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위기 이후 훼손된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 제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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