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우리 경제가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은 전체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국내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절반이 넘는 기업은 하반기 우리 경제가 나아지더라도 ‘U’자형의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기에 하반기 고용을 늘리겠다는 기업 역시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기업 10곳 중 8곳 “하반기 우리 경제 비슷하거나 더 나빠진다” |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비대칭 U자형 회복을 예상했다”며 “우리 경제의 회복은 글로벌 수요 반등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국내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46.9%가 ‘-1~0%’로 예상했다.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51%가 상반기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응답했다.
투자지수 12년만에 최저..."투자 늘리겠다"도 19% 불과 |
산업별로는 식음료(160포인트)와 정보통신기술(ICT·124.2포인트), 제약·바이오(123.3포인트)의 투자종합지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반면 코로나19의 충격이 큰 운송 산업은 투자종합지수가 60포인트로 가장 낮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계획을 살펴봐도 투자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두드러졌다.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가 상반기와 동일한 수준일 것이라는 기업이 67.8%로 가장 많았고 12.6%는 투자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19.4%였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상반기와 같은 수준으로 계획한 기업이 66.7%에 달했고 확대(25.5%), 축소(7.8%) 순이었다.
고용도 계속 먹구름 전망..13%만 "늘리겠다" |
투자와 고용은 동결하는 반면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는 상반기보다 늘려 잡은 기업이 다수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악 수준이었던 영업환경이 하반기에 조금씩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매출 목표를 상반기 대비 1~10%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46.7%였고 상반기와 동일(17.4%), 11~20% 확대(13.0%)가 뒤를 이었다. 하반기 영업이익 목표도 1~10%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고 상반기와 동일(29.7%), 1~10% 축소(18.7%) 순이었다.
하반기 자금 사정은 응답 기업의 65.6%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봤고 나빠질 것이라는 기업은 23.6%였다. 정책자금이 풀리고 있지만 하반기 자금 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본 기업은 10.8%에 그쳤다.
10곳 중 7곳 "하반기 경영 변수는 '코로나 확산'" |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애로사항은 매출 감소(24.1%)와 영업기회 축소(24.1%)라고 답한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신사업 진출 등 사업구조 재편을 꼽은 기업이 37.2%로 가장 많았고 현금 등 유동성 확보(32.4%), 비핵심자산·비주력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13.5%) 순이었다.
미중 무역분쟁도 여전히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응답 기업의 84.1%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기업 경영이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고 별 영향 없다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연쇄적 보호무역주의 움직임(42.1%)과 수출 감소 등 실적 악화(36.8%)였다.
한편 기업들의 상반기 경영 성적표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경영 성과가 예상보다 다소 못 미쳤다는 응답이 34.4%, 매우 나빴다는 응답이 19.4%로 전체 기업의 53.8%가 상반기 실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경영 성과가 예상보다 미흡했다고 답한 기업은 그 이유로 수출 부진(45.8%)과 내수 부진(43.8%)을 들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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