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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경제] 안티바이러스는 이제 필수품...근데 항균·살균·멸균 차이가 뭔가요?

코로나19 사태 속 살균 성능 제품 인기

100% 살균이 멸균, 번식 막는 항균

소독을 항균에 과잉 적용 시 건강 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살균과 소독이 일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균·살균·멸균 성능을 갖춘 제품을 쓰는 것도 일상이 됐습니다. 혹여나 바이러스가 어딘가에서 묻어들어 신체와 접촉하는 게 우려되기 때문인데요. 항바이러스 시장에 항균·살균 키워드를 내세운 제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시장에 브랜드를 각인할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13일 G마켓을 기준으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간 살균 제품의 판매량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 식기살균기 53%, 칫솔살균기 28%, 살균램프, 82%, 초음파세척기 614%가 더 팔렸다고 하네요.

창문형에어컨으로 유명한 파세코는 소형 가전을 만드는 중소기업답게 서울바이오시스와 손잡고 살균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여름철 모기포충기 ‘모스클린에어’와 ‘도마살균기’에 이어 이달에는 물컵이나 텀블러를 올려놓기만하면 자동으로 살균되는 ‘식기 살균 건조대’를 새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네요.

에코조인의 ‘블루터치 항균필름’은 요즘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1~20나노미터 초미세 금속염 항균제를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세균 역제력이 높다고 합니다. 직접 개발한 국내 기술력으로 일본, 유럽, 미국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파장 LED를 활용한 파세코의 살균 제품 모스클린에어, 도마살균기, 식기 살균 건조대 /사진제공=파세코


그런데 항바이러스 마케팅에서 쓰이는 항균과 살균 그리고 멸균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실제 혼동해 제품을 쓰면 실수를 범할 수도 있는데요.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선 멸균(sterilization)은 바이러스, 세균 등 모든 미생물을 전부 없애는 것을 뜻합니다. 유통기한이 매우 긴 멸균우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살균을 99%나 99.9%가 아닌 100% 했을 때 멸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현재 멸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방식은 세 가지인데요. 섭씨 100도 이상 고온의 수증기를 고압에 노출하는 고온고압멸균, 방사선이나 전자기파를 쏘는 방사선 멸균, EO 가스 등을 공기 중에 분무하는 가스멸균이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멸균은 매우 어렵게 때문에 흔히 제품에 멸균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균이 이미 없어진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깨끗한 상태라는 보장이지 뭔가에 오염되면 바로 다시 균이나 바이러스가 생성될 수 있는 겁니다.

고온고압멸균돼 신생아의 입안을 닦아 줄 수 있는 영아용 물티슈 ‘리꼬’/사진제공=한울생약




항균(antibacteria)은 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건 아닙니다. 더이상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주요 목적이지요. 엄밀히 말하면 번식을 막는 방식이 죽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항균 금속인 구리의 경우 구리 이온이 세균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사멸하게 합니다. 한참 항균 성능으로 유행했던 은이온도 마찬가지의 과정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이에는 24시간, 플라스틱에는 3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하니 항균 성능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습니다.

다만 항균을 너무 믿고 방심해서도 안 됩니다. 구리나 은의 경우에는 이온이 약해져 항균 효과가 갈수록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하철 손잡이에 붙어있는 항균 필름이 수명을 다할 경우 증식은 덜하더라고 그 위에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아있을 순 있습니다. 참고로 ’향균‘이라는 표현도 쓰는데요. 국립국어원 기준 항균을 잘못 쓴 비표준어입니다.

이마트 직원들이 쇼핑 카트 손잡이에 항균 필름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도 항균과 살균은 구분됩니다. 손소독제와 손세정제가 대표적인데요. 손세정제는 비누나 화장품과 같이 분류에서 항균으로 분류됩니다. 의약외품이 아닌 거지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씻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거지 역시 살균력이 인정된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항균 효능을 입증할 만한 인체적용 시험 자료 보유하고 있어야 ’항균 제품‘ 표시광고 가능합니다.

반면 손소독제는 식약처에서 병원균을 죽이는 소독(disinfection)의 기능이 있다는 심사를 거칩니다. 즉 살균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각종 입증자료를 품목별로 심사가 훨씬 까다롭습니다. 비누 성분인 손세정제와 달리 소독제는 알코올이나 차아염소산수를 비롯한 화학성분이 쓰입니다.

문제는 살균 제품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우리 몸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사용을 위해 마스크에 뿌렸던 살균 스프레이가 대표적인데요. 차아염소산 성분이 들어간 소독제는 피부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면 천식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11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의료센터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법적으로는 멸균, 살균, 항균이 각각 어느정도 구분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못 쓰이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을 구분하지 못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자외선 노출이나 신체에 소독제 주입을 하자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미국의 총 확진자는 323만여명, 사망자가 13만명이 넘습니다. 항균이라고 붙어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살균 제품을 몸에 과하게 써서도 안 되겠습니다. 물밀듯 늘어난 항바이러스 제품들이 어떤 성능, 어느정도 효과나 부작용이 있는지는 과학과 의학을 근거해서 제대로 알고 써야겠습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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