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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재정40% 삭감, 미술관 30%는 다시 문 못 열수도"

미술경영연구회(AMI) 창립포럼

'코로나 시대 예술의 쿼바디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기조발제

재불작가 김순기 특별대담 등 전문가 진단

본질적 경험 강조, 온라인 정보 양극화 우려

유럽에서 활동하는 김순기 작가가 미술경영연구회(AMI)의 포럼에 화상회의 방식의 특별대담으로 참여해 코로나19 시대의 예술가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진제공=AMI




“멀리 나가지 못하지만 평소처럼 지냅니다. 집 앞 뜰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야생풀을 조사하고 쑥·아욱·질경이 같은 약용식물을 서양에서도 먹나 살펴 보는 중이에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133명 중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쑥 때문이라 여긴 그 나라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쑥 주스를 먹인다는 뉴스를 접한 적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노벨상을 받은 한 중국의 한의사도 쑥으로 바이러스를 해결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서구 물질주의의 해법과 처방이 최우선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우리 동양식의 한약 처방도 다시 보게 되나 봅니다. 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어쩌면 감각과 경험 등 모든 것의 근본을 되짚어보는 원시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몰라요.”

자연 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상황에 몰입하고 사색을 작품으로 구현하는 현대미술가 김순기(74)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혼란스러운 유럽 한복판 프랑스에서도 특유의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술의 쿼바디스(Quo Vadis)’를 주제로 지난 6월 30일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Platform-L) 컨템포러리에서 열린 미술경영연구회(AMI·Art Management Initiative)의 첫 포럼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특별대담에 참여해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 자신의 일상에 대해 특유의 시적 언어로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는 “온라인으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미국의 동료 작가가 ‘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라고 말한 것이 뇌리에 박혔다”면서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경험한 한국전쟁과 당시의 무척 무서워했던 기억이 내 감수성을 형성했고, 군사정권기의 학창시절과 프랑스로 이주한 후 동서양의 문화 충돌도 만만찮은 ‘문화충격’이었지만 지금의 코로나 또한 예술가의 민감성을 건드리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비대면 예술향유의 확산 등 코로나로 인한 최근 변화상에 대해 작가는 “온라인으로 보고 듣는 일은 가능하지만 맛이나 냄새, 접촉은 불가능하기에 향후 인공지능(AI)이 얼마나 그것을 구현할 지는 모르나 그렇기 때문에 인간 ‘감각의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예술은 쇼하듯 보여주기가 핵심인 게 아니라 보고 생각하는 경험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예술의 문제가 미학적 문제보다 윤리적 문제를 더 깊이있게 들여다볼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기도 한 그는 일찍이 1992년 전시에서 21세기 삶의 조건을 바꾸게 될 것으로 금융, 생태, 뉴테크놀로지와 디지털을 내다본 바 있다.

미술경영연구회(AMI) 회장인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6월30일 ‘코로나 시대 예술의 쿼바디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AMI




이날 포럼은 한국 미술계의 차세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미술경영연구회의 출범식을 겸한 행사였으며,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조발제를 맡은 미술경영연구회 회장인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 최신 보고서 분석을 통해 ‘코로나19가 미술계에 던지는 의미있는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유네스코(UNESCO)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뮤지엄(미술관과 박물관)의 90%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문을 닫았고, 이 중 10% 이상은 재개관을 하지 않고 영구 폐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라며 “국제박물관협회(ICOM) 리포트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12.8%의 뮤지엄이 폐관을, 19.2%가 고민 중이라고 답하는 등 합계 30% 이상의 뮤지엄이 코로나19의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다시 문 열지 못할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뮤지엄에 대한 공공 및 개인의 펀딩(재정지원)이 각각 40% 이상 줄었고, 운영 프로그램의 82.6% 감소, 약 30%의 인원감축이 예상됐다”면서 “2020년 현재 전 세계의 9만5,000여 개의 뮤지엄 중 60% 이상이 2012년 이후 생겨난 것인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다”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뮤지엄의 코로나에 대한 대응 노력으로 네덜란드 라익스미술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등이 기존의 VR미술관에 새로운 디지털콘텐츠를 추가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미술관의 SNS활동이 50% 정도 증가했고 휴관 중에도 미술관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게티뮤지엄의 인스타그램 챌린지, 도슨트 활동을 중단한 대신 로봇과의 전시 투어 등 다양한 노력이 있다”면서 “우리 국립현대미술관도 온라인 전시 개막, 관장과 함께하는 소장품 소개 등 적극적이며 선제적 대응으로 주목 받았다”고 짚었다. 현재의 상황을 진단한 김 교수는 “뮤지엄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 등 미술시장, 비엔날레 같은 국제행사, 작가를 비롯한 미술 관련 프리랜서 뿐만 아니라 컬렉터와 예술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으며 국경 차단으로 인한 글로벌화 위축(De-Globalization)이 불가피하다”면서 “대규모 해외 블록버스터 전시가 줄어드는 대신 로컬(local) 작가 재조명이 일어나고 국내·지역작가와의 커뮤니티의 연계 등을 기대할 수 있으며, 위무·치유·시대정신의 기록이라는 예술본연의 역할을 생각했을 때 그간 관광 등 미술관의 경제적 역할이 강조됐던 것이 소통과 교육, 영감을 주는 등의 사회적 역할 증대로 변화할 것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술경영연구회 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주연화 홍익대 문화경영대학원 부교수 겸 아라리오 총괄디렉터. /사진제공=AMI


이날 발제자로 나선 주연화 홍익대 문화경영대학원 부교수 겸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는 ‘디지털 르네상스’를 주제로 “연중 항상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던 거물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들이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오히려 미술시장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면서 “온라인 전시가 늘어났지만 주요 컬렉터와 큐레이터는 ‘온라인상에서 작품 이미지만 보는 것은 미술 경험의 95%를 빠뜨린 것’이라며 지금이 작가를 지원하고 작품을 수집하며 새로운 미래를 기다릴 때라는 식으로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많은 작품과 컬렉터들이 운집하던 아트페어의 중요성이 약해진 대신 미술시장에서 온라인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 행동분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는 정확한 가격 공개를 했을 때 거래가 더 활발한 특징이 있어 향후 온라인 비즈니스가 가격 투명성 확대를 이끌 것으로도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제는 디지털 양극화와 정보과다로 인한 정보의 질적 문제 등의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포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김용수 사무관 등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국공립 미술관, 사립미술관과 갤러리, 문화재단과 미술 언론, 미술행정 및 미술경영 연구자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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