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10부동산대책’으로 보유기간이 길지 않은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도 1,000만원 넘게 늘어난다는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장기보유 시 세 부담 증가액이 크지 않고 공시가격 30억원 이상의 주택이 0.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1주택자와 실수요자는 보호한다는 정책 취지와는 여전히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3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관련 주요 제기사항에 대한 설명’ 보도 참고자료에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았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31억원, 내년 34억원인 아파트를 한 채만 보유한 1주택자를 예로 들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한 65세의 A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756만원에서 내년 882만원으로 126만원 늘어난다. 반면 이 아파트를 3년간 보유한 58세의 B씨는 올해 1,892만원에서 내년 2,940만원으로 세 부담이 1,048만원이나 늘어난다.
1주택자의 경우 주택을 장기보유하면 세 부담 증가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뮬레이션이지만 장기보유자의 세 부담도 일정 부분 늘어날 뿐 아니라 단기보유 1주택자의 부담은 1,000만원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공시가격 30억원 이상 주택은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주택의 0.0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주택자 세 부담은 배 이상 훌쩍 늘어난다. 올해 공시가 15억원·13억원에서 내년 공시가 16억5,000만원·14억원으로 올라가는 서울 아파트 2채를 가진 경우 올해는 종부세를 2,650만원 내지만 내년에는 6,856만원을 내야 한다. 세 부담이 2.5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3주택자의 세 부담도 중과세율 인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 15억원의 서울 아파트, 공시가 13억원의 대구 아파트, 8억7,000만원의 부산 아파트 3채를 보유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내년 공시가가 서울 16억5,000만원, 대구 14억5,000만원, 부산 9억5,000만원으로 올라갈 경우 종부세는 올해 4,179만원에서 내년 1억754만원으로 무려 6,575만원 늘어난다.
한편 정부는 이날 다주택자들이 정부가 양도세를 중과한 정책 의도대로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증여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증여 시 취득세율을 인상하는 방안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주택을 증여받을 때 내는 증여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대 12%까지 올리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1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해 2주택자가 되는 경우 부담하는 취득세율을 현행 1∼3%에서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상향한 바 있다. 따라서 증여재산에 대한 취득세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다주택 부모가 무주택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 수를 가구 합산으로 계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정부는 ‘임대차 3법’ 도입 추진으로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전셋값을 일시에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기존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이 늘어난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전월세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의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임대인이 거주를 방해하거나 강제로 내보내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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