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 시장이 막혔는데도 온라인으로 고객들이 찾아오고, 좋은 작품은 중저가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예술이 주는 위안의 기능, 미술품이 갖는 안정적인 가치가 있어서인지 내수 시장에서의 수요 열기는 더 강렬해졌습니다. 물론 작가와 작품 선택은 더욱 까다로워지지만요.”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매회사 소더비는 지난 3~5월 진행한 온라인 경매로 지난해 연간 온라인 경매 매출(129회·약 8,000만달러)을 올렸다. 미국 최정상 화랑인 가고시안갤러리는 영국 화가 세실리 브라운의 유화를 작가 작품 중 두 번째 높은 가격인 550만달러에 판매했는데 그 또한 온라인거래였다. 개인 소장품이었던 ‘좋은 작품’이 경기 침체기에 시장에 나오고, 요즘처럼 경기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고가의 그림이 안정적 투자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존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기에 유튜브 채널 론칭, 웹사이드 개편을 동시에 준비 중입니다. 작품을 골라주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넘어 안목 있는 갤러리가 취향을 유도하며 문화 큐레이션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술에 관심 있는 고객들의 관심 분야를 확장하는 기회를 드리고 동시에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좋은 작가를 찾아내는 작은 갤러리도 발굴해 소개할 계획입니다.”
시장 경쟁자인 ‘타 갤러리’까지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이례적 시도에 대해 이 대표는 “건강하게 순환하고 성장할 수 있는 미술시장 생태계 조성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갤러리의 소임은 작가를 찾아내 전시를 통해 대중에 알리고 점차 작품값의 상승까지 이끄는 일이다. 보통 작은 화랑이나 대안공간이 젊은 작가를 발굴하면 대형 화랑들이 몇 차례 전시를 지켜보며 주시하다 ‘선발’해 주류 시장에서 선보여 작가를 성장시킨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젊은 작가 작품을 일찍 구입하고 나중에 그 성장세를 지켜보는 것은 갤러리와 컬렉터 모두에게 보람 있는 일”이라며 “작가뿐 아니라 ‘작은 갤러리’도 나름의 발굴역량으로 명성을 쌓고 다양성을 유지해야 시장의 활력이 더해지고 미술시장의 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이 특정 블루칩 작가 위주로 쏠리면 수요자의 선택이 좁아져 결국 정체와 침체로 이어지기에 이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작가와 갤러리 모두가 상생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온라인 예술향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무인 갤러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예술에서 무엇을 얻고 싶어질까요? 미술이 그 폭을 확장하려면 갤러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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