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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왜 자꾸 경매에 나오나...돈 때문?

'보물'지정 겸재화첩 시작가 50억원 경매 올라

연평균 문화재 거래 4,500건..최근3년 보물 18건

소장철학, 상속세 면제,재정난 등 원인으로 매각

시작가 50억원에 경매에 나온 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중 해악팔경 부분. /사진제공=케이옥션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이끈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자 보물 제1796호로 지정된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15일 시작가 50억원에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됐다.

겸재는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와 국보 217호 금강전도 등을 남긴 명실상부 ‘국보급’ 작가다. 이번에 출품된 화첩은 금강산과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각기 다른 주제지만 수량의 균형을 맞춰 16점이 담긴 특이성까지 더해져 시작가가 책정됐다. 작품의 출품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고미술 경매 최고가 경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2,000만원에 팔린 보물 1210호 ‘청량산괘불탱’이었다. 두 번째는 겸재와 관련된 보물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으로 2012년 케이옥션 경매에서 34억 원에 팔렸다.

최고가 기록을 휩쓴 이들 3점의 공통점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라는 사실이다. 문화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 평균 4만5,000건 가량 거래된 문화재 가운데 보물은 18건이었다. 국내 최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지난 20여 년간 거래한 보물만 21점이다.

시작가 50억원에 경매에 나온 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중 송유팔현도 부분. /사진제공=케이옥션


그렇다면 왜 이렇게 ‘보물’이 경매에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소장철학의 변화 △상속세 면제 △재정 문제 등으로 분석된다. 해당 문화재를 수집한 선대 소장가와 이를 계승해 관리하는 후대 소장가의 가치관 차이가 보물을 내놓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간송 전형필이 수집해 흩어지지 않게 간직하기를 바랐던 문화재들이 경매에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미술 뿐만 아니라 근현대미술 역시 작품을 공들여 모았던 1세대 컬렉터에게는 의미가 컸지만 2, 3대로 이어지면서 취향의 변화와 함께 소장 여부가 바뀌게 된다.

게다가 물려받은 문화재의 경우 보물 등 지정문화재라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문화재보호법’의 상속세 및 증여세 제12조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도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비과세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 관계자는 “주요 문화재 소장가들 중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정부의 관리·감독을 간섭으로 여겨 평생 문화재지정을 피해오다 상속과 유산 분할을 앞두고 뒤늦게 문화재 지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적극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소장가의 재정문제도 문화재 매매를 부추긴다. 특히 문화재단이 주요 문화재를 소장한 경우 경영난 등을 이유로 매각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간송미술관이나 이번 겸재 화첩을 내놓은 우학문화재단 등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단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물’을 경매에 내놓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국가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뜻하나 해외 반출만 아니라면 개인 소장품인 경우 거래 내역을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청량산괘불탱과 퇴우이선생진적첩 외에 보물 1204호 의겸등필수월관음도(이하 낙찰가 18억원), 보물 1239호 감로탱화(12억5,000만원), 보물 1683-2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7억5,000만원), 보물 1521호 경국대전(2억8,000만원) 등이 경매로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광표 서원대 박물관학 문화유산학 교수는 “국가지정문화재가 너무 자주 경매에 나오는 게 이미지상 좋지 않으나 비판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라며 “다만 세대를 거듭하면서 귀한 유물에 대한 소장 개념이 바뀌는 점, 고미술이 저평가돼 투자가치에 대한 기대수준이 낮은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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