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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삶을 쓰는 '캘리그래피 마술사'

김두연 디귿 대표

캘리그래피 제품으로 소외층 지원

사회적기업 대부분이 '영세기업'

지속 가능하려면 정부지원 필수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한국 선수들이 타는 봅슬레이 썰매 앞 겉면에는 붓글씨처럼 쓰여진 ‘대한민국’ 글자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 보고만 있어도 날렵하면서도 힘이 넘쳐난다. 초스피드 경기인 봅슬레이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도록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이 글자를 쓴 주인공은 사회적 기업 ‘디귿’을 운영하는 김두연(사진) 대표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캘리그래피다. 캘리그래피는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하지만 머그컵이나 수제도장 등에 손글씨로 새겨 예술적인 작품을 만드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디귿은 인지도가 낮은 사회적 기업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사회적 기업이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싸이, 류현진 선수,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제공해 빈곤 퇴치에 이바지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 등에게 김 대표의 캘리그래피 작품이 전달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홀트아동복지회와 손잡고 해외로 입양을 가는 아기들에게 수제 도장을 만들어 주고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재능 기부 형식으로 서예 수업도 해 주고 있다. 15일 본지와 만난 김 대표는 “이름은 누구에게나 정체성을 의미하는데 비록 입양을 가지만 정체성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홀트와 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교도소에서 수업을 한다는 게 처음에는 두려웠다”면서도 “막상 (수감자를) 만나보니 그렇게 무서운 분들도 아니고, 좋은 글을 쓰면서 마음을 수양하려는 노력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5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배경이 된 캘리그래피 글씨는 김두연 디귿 대표의 작품이다. /연합뉴스




이런 김 대표에게도 고민은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사회적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의 판로가 더 막혀서다. 사회적 기업들은 매출이 늘어나면 늘어난 대로 사회환원을 그만큼 많이 하게 되는 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사회환원 활동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과 행사 등이 모두 취소돼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공공기관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듯 사회적 기업 제품도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의무 구입을 해주면 버틸 여력이 생기지만 이마저 어려우면 문을 닫는 사회적 기업들이 늘 것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기업들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생태 조건을 조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회적 기업 자체가 영세한 데다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서예 작가로 활동하다가 사회적 기업을 시작했다. 기초 지식이 없다 보니 사업계획서를 쓰는 방법도 몰라 ‘맨땅에 헤딩’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나 같은 아마추어 창업자를 위해 노무나 회계 등의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위한 지원도 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헤어지면서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가는 요즘이지만 글씨는 특히 ‘아날로그적 정서’를 자극하는 매개로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상품이어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이 없는 컴퓨터 글씨보다는 개성이 드러난 캘리그래피가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이죠”라는 말을 건넨 김 대표는 호탕하게 웃으며 배웅을 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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