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089590)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김을 의식해 최종 계약 파기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정상적 인수합병(M&A)이 어려워졌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임직원 1,600명을 볼모로 정부에 파격 지원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 자료를 통해 “(거래 마감시한이었던)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스타 측에서 지난 15일 계약이행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이전과 진전된 내용이 없어 계약 해제 조건을 완성했다는 게 제주항공 측 설명이다. 이에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리스사와 정유사 등에 1,700억원을 미지급 한 상태이며 이날 현재까지도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 압박을 의식해 판을 깨지는 않았다. 이 회사는 “정부 중재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시점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계약 해제 조건은 완성했지만 당장 계약을 파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 실세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나서 제주항공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SPA) 상 선행조건이 이미 완료됐으므로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요청한다”고 이날 밝혔다. 미지급금 해소 문제 등은 계약서상 선행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양측이 결국 거래 무산 책임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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