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근본적인 위기에 처한 WTO를 구하고 다자무역체제를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본부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WTO 특별 이사회에서 이뤄진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총 8인의 후보 가운데 5번째로 나선 유 본부장은 통상 공무원으로서 WTO와 맺은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통상 관련 업무를 시작했던 1995년에 WTO가 출범했고, 첫 출장도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행이었다”며 “전쟁의 폐허 속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 세계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일생 동안 지켜봐 왔다. 통상 분야에 몸담은 공무원으로서, 대한민국이 이러한 발전 경로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체제 덕분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로서 대한민국과 개인으로서 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WTO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모든 회원국들은 각자의 발전 수준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이 누렸던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WTO가 근본적인 위기에 처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동안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무역 관련 긴장 고조에 따라 어려워지는 상황을 목도 해왔다”며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초래된 세계적 위기는, 재화와 용역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는 WTO의 목표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WTO를 재건하기 위해 유 본부장은 ‘적실성 있고 (relevant), 회복력이 있으며 (resilient), 대응력을 갖추는 (responsive)’ 3R의 비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WTO는 변화하는 경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계속 진화해 나가야 한다”며 “또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다자무역체제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전 세계적 도전과 위기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 본부장은 25년 간 국제 통상 분야에서 일해온 경력을 타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유 본부장은 “저는 무역협정의 기술적 세부사항을 다룰 수 있는 실무를 경험한 동시에, 통상 장관으로서 주요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며 “WTO의 복원과 부흥에 필요한 식견과 창의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후보자별 정견 발표 이후 WTO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이 2개월가량 전개될 예정이며, 오는 9월7일부터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원국 간 협의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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