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가 계속되자 “수출과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지난달 경기 평가와 비교하면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고용 감소 폭이 축소되고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글로벌 수요 위축 등으로 수출 및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총평했다.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 판단을 담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불과 한 달 전 내놓은 진단과 다소 온도 차가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기재부가 실물경제 흐름을 놓고 다시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미국 등 주요국에서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7만5,000명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상대국인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수요가 줄어들면 우리 제조업 생산과 수출은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 지난 5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6.7% 감소했고, 제조업 생산도 6.9% 줄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줄어든 392억달러에 그쳤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글로벌 수요 측면에서 정부 예상만큼 받쳐주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의 경기 판단이 변했다고 단정하긴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생산 지표는 부진하지만 내수 흐름은 개선 조짐이 있다. 6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보다 9.3% 증가했다. 코로나19 타격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4.3%)과 4월(-5.7%) 두 달 연속 감소했다가 5월(5.3%) 증가세로 전환한 뒤 다시 증가 폭을 늘린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던 백화점 매출액 증감률도 6월 0.4%로 플러스 전환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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