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남부지법은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지인과 공모해 기업분석보고서 공표 전 주식을 선행매매하며 부당이득을 취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부정거래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스스로 작성한 보고서를 이용해 사익을 취득하는 행위가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이끌어낸 첫 사례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18일 ‘첫 돌’을 맞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있다.
17일 서울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만난 황진하 특사경 실장은 “지난 1년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해체되면서 수사 환경에 변화가 많았지만 제도와 인프라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전문성을 키웠다”며 소회를 밝혔다.
사실 특사경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부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위해 특사경 추천권을 부여받았으나 민간기관에 수사권한을 주는 데 대해 우려를 보이며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특사경은 4년여 만인 지난해 7월18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선정해 검찰에 이첩한 사건에 한해서만 수사를 맡는 방식으로 공식 출범했다. 여기에 금감원이 요구한 예산 편성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10여명의 적은 인원으로 출발했다.
이런 쉽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지난 1년간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특사경이 수사를 마무리했거나 진행 중인 사건은 모두 10여건이다. 이 중 앞서 언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부정거래 사건은 특사경이 맡은 첫 사건이다. 또한 15일에는 시세 조종 혐의로 한일시멘트와 한일홀딩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황 실장은 “압수수색을 하려면 증거 인멸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의자 1명당 3~4명의 인원이 집·사무실 등에 동시에 찾아가야 한다”며 “피의자가 3명 정도만 돼도 인력이 스무명은 훌쩍 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이 이상의 업무를 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1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해체되면서 수사 환경이 크게 변화한 것도 특사경의 정착을 어렵게 했다. 황 실장은 인력과 함께 디지털포렌식 등 다양한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실장은 “증권 범죄에서 널리 쓰이는 휴대폰이나 개인용컴퓨터(PC) 등을 분석하는 건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장비가 늘어나면 수사의 신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디지털포렌식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회문제가 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등의 문제에서도 특사경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황 실장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는 “아직은 패스트트랙 사건에 한정돼 있어 관심이 있어도 먼저 수사에 나서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관계기관이 협의해 인력을 확대하고 업무 영역을 넓혀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년이 새로운 업무에 정착하는 단계였다면 향후에는 갖춰진 인프라를 통해 지금보다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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