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전국 유명 맛집을 만나볼 수 있는 맛집 백화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가지 않더라도 인근의 편의점에서 SNS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개성있는 상품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측도 상품 출시까지 개발기간 오래 걸리지만 출시 이후 매출 상위 차지하는 등 인기가 좋아 전국 유명 동네 맛집의 콜라보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CU에 따르면 올해 초 45년 전통의 양평서울해장국과 손잡고 가정식 양평 서울 국밥시리즈 3종(해장국, 닭개장, 장터국밥 )을 출시했다. 1975년 처음 문을 연 양평서울 해장국의 전통적인 조리법을 구현해 식당에서 먹는 원물 그대로 패키지에 담았다. CU의 양평서울 해장국은 국내산 양과 선지, 시래기, 재래 된장만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끓였다. 닭개장과 장터국밥은 닭고기와 소 양지살, 각종 야채를 넣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특징이다. 각 제품마다 즉석밥이 별도로 동봉돼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양평 서울 국밥시리즈 3종은 모두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덮밥, 국밥류 카테고리 매출액 상위 10위 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CU는 또 프리미엄 분식 브랜드 ‘바르다 김선생’과 손잡고 ‘가락떡볶이’를 지난해 9월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칼칼하게 매운 고춧가루 소스에 국수처럼 길게 뽑아 쫄깃함을 극대화한 떡이 특징으로, ‘바르다 김선생’의 인기 메뉴인 가락떡볶이를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재현한 상품이다. 바삭한 쫄면 튀김, 고소한 어묵 플레이크 등 기존 HMR떡볶이에서 보기 어려웠던 토핑을 함께 구성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가락떡볶이는 CU의 분식류 스테디셀러로 등극해 현재 냉장분식류 매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민정 BGF리테일 신선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떡볶이는 편의점 즉석식을 대표하는 메뉴로서 즉석식품 전체 매출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다양한 라인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점과 협업해 맛과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상품들을 가까운 점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달 초 업계 단독으로 출시한 을지로 커피 명소인 카페 ‘호랑이’의 시그니처 메뉴인 ‘호랑이라떼’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118% 오른 수치를 보이며 단숨에 CU의 냉장커피(컵커피) 카테고리 매출 10위권 내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SNS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해당 상품의 구매 후기나 인증샷 등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마치 을지로 카페 호랑이를 방문한 것처럼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하고, 일부 고객들은 “이걸 사러 몇 군데를 돌아다니는 건지”라는 글과 함께 구매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서울에 위치한 카페 호랑이를 방문하는 데 접근성의 한계가 있었던 지방에서 인기가 더욱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도 중식대가이자 유명 식당인 진가를 운영하는 진생용 셰프와 컬래버해 ‘진가쭈꾸미짬뽕’을 출시했다. 연남동 ‘진가’까지 가지 않아도 진생용 셰프의 노하우가 담긴 진가쭈꾸미짬뽕을 전국 GS25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진가쭈꾸미짬뽕은 지난 5월 출시해 2개월 동안 심플리쿡 밀키트 상품 중 매출 3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GS25는 8월에는 짜장면 등 다른 밀키트 상품도 진가와 제휴해 선보일 계획이다.
GS25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유어스타이거슈가흑당밀크티’는 올해 상반기 GS25가 판매하는 100여종의 냉장 유음료 상품 중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매일바리스타에스프레소라떼250’를 2위로 밀어낸 것이다. 편의점 자체상표(PB) 음료가 대형 제조업체 브랜드(NB) 음료를 누르고 매출 1위에 등극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유어스타이거슈가흑당밀크티는 GS25가 대만의 밀크티 전문 브랜드인 타이거슈가와 제휴해 전용 매장에서 사용되는 대만산 흑당과 사탕수수를 끓인 즙을 최적화된 비율로 섞은 시럽이 사용 된 냉장 유음료다. 국내 출시된 밀크티 상품 중 가장 높은 원유 함유량(60%)으로 단맛과 부드러운 맛이 잘 조화됐다는 평가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전국 5대 짬뽕 맛집으로 알려진 송탄 ‘영빈루’와 전략적 협업을 맺고 ‘송탄 영빈루 짬뽕’과 ‘송탄 영빈루 짜장’을 선보였다.
‘세븐셀렉트 송탄영빈루’ 시리즈는 지난 2014년 출시돼 세븐일레븐 대표 컵라면으로 올라선 ‘세븐셀렉트 교동반점짬뽕’에 이어 전략적으로 선보인 지역 맛집 연계 상품 2탄이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송탄 ‘영빈루’는 1945년 개업해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깊은 중식당이다. 전국 5대 짬뽕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원조 그대로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이번 상품 출시를 위해 이국영 송탄영빈루 조리장이 상품 기획부터 레시피 개발, 시식 등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또한 짜장소스가 잘 묻어나는 최적의 면발 사이즈를 구현하기 위해 몇 번의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전문점 면발처럼 넓고 두툼한 면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도 뛰어나다. 또한 일반 분말스프가 아닌 액상스프를 사용해 깊고 진한 짜장 본연의 맛을 살렸다.
세븐셀렉트 ‘송탄영빈루짬뽕’은 돼지고기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해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며 매운 불향이 더해져 짬뽕 특유의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세븐셀렉트 송탄영빈루짜장‘은 돼지고기, 양파 등 각종 재료를 갈아서 춘장소스와 함께 볶아 만들어 깊고 진한 유니짜장 맛과 풍미를 살렸다. 송탄영빈루 시리즈는 현재까지 세븐일레븐 PB 라면 카테고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 상품이다.
여기에 지난 5월 베트남 대표 카페 브랜드 ‘콩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코코넛 스무디커피’를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한 ‘코코넛소프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코넛소프트는 출시 직후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을 통해 지속적인 재구매가 이뤄지고 있고, 7월 들어 매출도 출시 시점 대비 12.8% 증가했다.
편의점 콜라보 상품의 높은 인기에 대해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는 물론 국내 지역간 이동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이러한 편의점 상품이 젊은 고객들의 감성을 대리 충족 시켜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재형 GS리테일 냉장 유음료 MD는 “대만 현지와 서울·경기 지역의 일부 타이거슈가 매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유명 음료를 전국 1만4,000여 GS25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PB 유음료로 매출 1위를 차지하게 된 비결”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과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승욱 BGF리테일 MD 기획팀장도 “기존 편의점들이 대형 제조사와 협업해 차별화 상품을 개발했었다면 최근에는 전국 각 지역의 유명 맛집들과의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며 “상품 기획이나 개발 과정이 기존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관련 상품 출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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