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군 입대하는 이수민(27·스릭슨)은 매 대회, 매 라운드가 다른 동료들보다 간절할 수밖에 없다. KPGA 오픈 첫날 공동 56위로 컷 통과도 안심할 수 없던 위치였지만 이수민은 2라운드에 공동 2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3라운드에는 공동 9위로 껑충 솟구치더니 마지막 날 기어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 상금왕 이수민이 3개 대회 출전 만에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상금왕 2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이수민은 19일 충남 태안의 솔라고CC 라고코스(파72)에서 끝난 KPGA 오픈에서 연장 끝에 우승해 상금 1억원을 받았다. 이로써 이수민은 2013·2015년 군산CC 오픈과 지난해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통산 4승째를 올리면서 KPGA 투어의 간판스타임을 재확인했다. 연장전 3전 전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네 번째 만에 따낸 첫 승이다.
이번 대회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스트로크플레이 대신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글은 5점, 버디 2점, 보기 -1점, 더블보기 -3점으로 정하고 합산 점수로 ‘닥공(닥치고 공격)’ 1인자를 가렸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8점 뒤져있던 이수민은 전후반 5개씩 버디만 10개로 무려 20점을 보태 공동 선두(50점)로 4라운드를 마쳤다. 스트로크플레이였다면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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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18번홀(파4)에서 벌어진 1차 연장이었다.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한 2명과 달리 이수민은 벙커에서 샷 했다. 핀 3~4m 거리에 잘 멈춰 세웠지만 이후 김민규(19)가 톡 치면 들어갈 거리에, 김한별(24)도 1m 남짓한 거리로 더 잘 보내놓았다. 가장 불리해 보였던 이수민은 그러나 과감한 퍼팅 스트로크로 버디를 챙겼다. 김한별이 짧은 거리 버디를 놓치면서 경기는 이수민·김민규의 2차 연장으로 이어졌다. 같은 홀에서 김민규의 먼 거리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이수민은 1차 연장 때와 비슷한 거리에서 똑같이 과감하게 볼을 굴렸다. 생각했던 라인대로 굴러가는 볼을 보며 이수민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가운데 볼은 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초속 4m의 강풍 속에 진행된 연장에서 이수민만 두 번 다 버디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이수민은 “둘째 날부터 분위기를 뒤집은 데다 좋은 후배들과 연장 끝에 우승하게 돼 더 기쁘다”며 “과거 연장전 때는 매번 이기려는 마음으로만 경기해 그르쳤는데 이번에는 그저 한 샷 한 샷에 집중했고 퍼트도 라인을 본대로 믿고 갔다. 압박감을 이겨낸 우승이라 더 값지다”고 말했다. 3년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올해 결혼식을 올리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미루고 혼인신고만 했다는 그는 “이번 우승을 아내에게 돌리고 싶다”고도 했다.
지난주 준우승자인 김민규는 1점 차 선두로 4라운드를 맞았으나 막판 기회를 살리지 못해 2주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민규는 선두 그룹에 2점 뒤진 상황에서 5점짜리 17번홀(파5) 이글 퍼트를 아깝게 놓친 데 이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들어가면 우승인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에 끌려가야 했다. 김민규와 함께 ‘10대 열풍’을 이끌고 있는 지난주 우승자 김주형(18)은 공동 40위(28점)로 마쳤다. 김주형은 세계랭킹 상위(92위) 자격으로 다음 달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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