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라 최소한으로 고쳤습니다”
아파트 가격 폭등에 집 장만 꿈이 멀어지고 있는 2030 세대들이 인테리어 시장을 바꾸고 있다. 그간 자가 아파트 위주 수천만원짜리 ‘토탈 인테리어’가 시장을 주도했는데 이젠 자가 입주가 사실상 어려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전·월세 ‘미니 인테리어’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예전엔 “내 집도 아닌데 무슨 인테리어냐”란 생각이 많았다면 이젠 “어차피 아파트 청약도 안 되는데 전·월세 살면서 소소하게 꾸미고 살자”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인테리어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전·월세 집을 꾸미는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하우스텝이 대표적이다. 하우스텝 관계자는 “고객 대상 설문을 해보면 고객 중 자가와 전·월세 비중이 50대 50 정도 된다”며 “부동산 시장 변화마다 자가와 전·월세 고객 비중이 달라지긴 하지만 전·월세 고객들 주문 비율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텝은 도배, 장판, 마루, 몰딩 등 개별 인테리어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서울 홍제동의 한 아파트 전세에 사는 하우스텝 이용자 A씨는 “전세라서 인테리어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이사 온 집에 손상된 부분이 많았다”며 “이전 집에서 가져온 가구에 맞는 색으로 장판과 도배를 새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고객 B도 “전세라서 참고 살기 싫었다”며 “잠시 살아도 내 집이니까 취향대로 싱크대, 현관문, 신발장 등을 꾸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로 하우스텝은 지난 달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만 2배 이상 늘었다.
과거 전·월세는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에 인테리어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 10억’ 시대가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전·월세도 이제 ‘내집’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집꾸미기에 대한 인식이 자가 중심에서 전·월세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인테리어 커머스 스타트업 오늘의집 내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있다. 오늘의집 이용자 C씨는 “월세나 전세로 살면서 못박기와 같은 기본적인 시공을 하기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우드 소재와 철제를 섞으면 원상 복구도 쉽고 설치도 간단”하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다른 이용자 D씨도 “1년 간 반지하 월세방을 꾸몄다”며 “비용도 많지만 뭔가 만드는 걸 즐기는 성향 때문인지 즐거웠다”고 인테리어 사진을 공유했다. 다른 이용자는 “단순히 월세집이냐 전세집이냐 내집이냐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내가 살아가는 나와 우리의 공간을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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