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에도 흑자를 냈던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연결기준이 아닌 별도기준이기는 하지만 충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멈춰 서며 한국 제조업의 자존심인 포스코의 실적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만 세계 철강 수요가 점차 회복세인데다 원료인 철광석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포스코는 3·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포스코는 올 2·4분기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실 1,085억원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2·4분기만 하더라도 영업이익은 7,24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한 5조8,848억원, 당기순익은 98.8% 줄어든 66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가 별도기준 분기 적자를 낸 것은 창립일인 지난 1968년 4월1일 이후 처음이다. 공시 기준으로는 2000년 분기 실적을 집계한 지 20년 만이다. 그나마 연결기준으로는 적자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포스코의 2·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84.3% 줄어든 1,6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한 13조7,216억원이다. 당기순익은 84.6% 감소한 1,049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코로나19 영향에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철강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며 별도기준 분기 적자를 냈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2·4분기 실적에 가장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자동차 산업 수주 급감”이라며 “2·4분기 수주량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2·4분기 철강 제품 판매량은 776억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가량 감소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WTP(월드톱프리미엄 철강제품) 판매 비중이 전년 2·4분기 29.6%에서 올해 같은 기간 23.8%로 5.8%포인트가량 낮아졌다. 김 전략실장은 “WTP 상당 부분이 자동차 강판 쪽인데 2·4분기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거의 다 가동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게다가 철강 제품은 팔리지 않는데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적자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과 호주 등 주요 철광석 생산국들이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빚으며 철광석 가격은 최근 톤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계열사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 실적을 내며 연결기준 분기 실적은 흑자를 유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의 경우 미얀마 가스전의 판매호조, 포스코건설은 건축 및 플랜트 사업의 이익 개선, 포스코에너지는 터미널사업 확장 등 핵심산업의 수익성 개선이 철강 업황의 부진을 메웠다.
포스코는 2·4분기 실적 저점을 찍고 3·4분기부터는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광무 포스코 철광기획실장은 “하반기에는 자동차 강판용 기가스틸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중국 등 수요 회복 지역으로의 수출 강화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며 “철강 판매가 기존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여 2·4분기를 저점으로 3·4분기부터 회복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포스코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인다. 김 전략실장은 “세계 철강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수출 지역은 시황에 맞춰 톤당 20~30% 인상해 7월부터는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4분기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세계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며 철강 제품 수출량이 기존 대비 70~8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철광석 가격도 차츰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욱 포스코 원료1실장은 “계절적 수요 약세에 브라질의 공급 개선으로 하반기에는 철광석 가격이 85~90달러로 하향 안정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료가격과 시황을 반영해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차강판 중심의 냉연, 도금재 등 상대적 고가제품의 판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며 “WT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극 개발 판매해 수요 안정화와 미래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포항1고로도 내년에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건설에 나선 포항1고로는 1973년 6월 첫 가동 이후 우리나라 철강 역사를 이끌어왔다. 48년 만에 고로의 불이 꺼지는 셈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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