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A사에서 해고된 박모씨. 그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재해 피해를 호소하면서 회사 측에 보상을 요구하다 2016년 금속노조에 가입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박씨의 가입 신청을 거절했다. 금속노조 산하 A사 지회가 과거 박씨가 ‘A사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설립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지회에 적대적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가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회의 이러한 의견을 접수한 금속노조는 위원장의 승인을 거쳐 박씨에게 가입 거절을 통보했다.
금속노조의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은 지회장과 지부장이 위원장 승인을 거쳐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야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 박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금속노조가 가입을 거부한 것은 권리 남용”이라며 2018년3월 금속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금속노조 측은 “박씨가 금속노조 A사 지회의 조직 확장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씨가 한 지역노조에 가입돼 있어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이중가입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금속노조가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에서 가입 거부 사유를 규정한 것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규정한 노동조합법에 위배돼 효력을 가질 수 없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금속노조는 항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려면 위원장 승인이라는 재량적·적극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금속노조의) 관련 규정들을 해석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노조 가입 자유의 원칙을 침해해 무효라 볼 소지가 있다”며 역시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 중복가입에 대해서도 “노조 사이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민주적 조합 활동을 활성화해 성숙한 노사관계로 진일보하기 위해 마련된 복수노조 허용 취지에 비춰볼 때 근로자가 2개 이상 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단결 선택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노조의 내부적 통제로 이중가입 제한이 허용된다고 봐야 하고, 다른 노조에 중복해 가입하는 자체를 일률적이고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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