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를 넘어 정보기술(IT) 기업으로의 혁신을 노리고 있는 은행들이 잇따라 인공지능(AI)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있다. 은행 내 AI 사업의 전담 인력을 대폭 늘려 배치하는 것은 물론 외부 AI 스타트업과의 협업부터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AI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로 은행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핀테크’가 아닌 기술 중심의 ‘테크핀’으로 거듭나려는 은행들의 노력이 AI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NH디지털R&D센터 산하에 ‘AI파트’를 확대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에도 AI팀이 있었지만 전담 직원이 2명에 불과해 역할에 비해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격상된 AI파트를 7명 규모로 대폭 늘려 신설하고 인력을 더 보강할 계획이다.
외부 AI 전문 스타트업과 협력그룹도 구성한다. 당장의 자체 인력만으로는 농협은행이 구상하는 AI사업을 속도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애자일소다’와 음성 AI 알고리즘 개발 기업 ‘액션파워’, 질의응답(QA) AI 전문기업인 ‘포티투마루’ 등 3곳과 협업을 준비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4~5개 기업과 추가로 협업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AI로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람이 했을 때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업무까지 철저하게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단기 과제로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업무에서부터 AI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국 1,132곳 영업점의 하루 적정 시재(현금)를 추산하는 업무가 대표적이다. 시재가 너무 적으면 고객이 돈을 찾고 싶을 때 지급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너무 많아도 관리가 비효율적이어서 은행으로서는 지점별로 매일 적정량을 추정해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출납 담당 직원이 관리하고 있지만 지점 특성은 물론 날짜에 따라서도 필요한 현금이 요동칠 수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는 지점별 일일 현금 입출금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적정 시재를 추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AI 경쟁력 강화는 일찌감치 금융권의 최대 과제로 자리잡았다. 2016년 말부터 전사적인 AI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신한금융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2017년 현재 디지털R&D센터의 전신인 디지털전략본부를 신설하고 AI 전문가인 장현기 본부장을 영입했다. 산하에 ‘AI셀’을 만들어 현재까지 AI 상담서비스, 직원 업무용 AI로봇 등을 도입 완료했다. 아예 금융권 최초 AI기업으로 지난해 출범한 그룹사 ‘신한AI’는 해외 AI 스타트업 M&A를 위해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2017년 미래금융사업부 내 ‘AI데이터비즈셀’을 출범시켜 AI 기반 금융서비스인 ‘하이(HAI)뱅킹’을 대표작으로 출시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하나금융티아이 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을 통해 AI 관련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 초 ‘AI혁신센터’를 새로 꾸렸다. 국민은행의 AI 조직은 지난해 말만 해도 4명 규모의 팀에 불과했지만 AI혁신센터 신설과 함께 7개월 만에 16명으로 불어났다. 최근에는 어려운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자연어 금융AI 알고리즘 ‘KB 알버트’를 자체 개발해 모든 금융 업무에 AI를 도입할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았다.
우리은행도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금융그룹 내 ‘AI사업부’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특히 은행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비대면 영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를 차단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