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들의 점포 폐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공개 경고를 보낸 가운데 금감원이 은행권의 점포 폐쇄 현황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마련한 공동 자율규제안에 따라 점포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체수단 운영이 미흡해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은행 이용에 불편이 커졌다고 판단되면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4일 각 은행에 현재까지 폐쇄된 점포와 폐쇄가 예정된 점포의 현황,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 준수 여부 등을 이날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6월부터 점포 통합·폐쇄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절차를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폐쇄 대상 점포에 대한 내부분석 및 영향평가 시행 △적합한 대체수단 결정 및 운영 △폐쇄일 최소 한 달 전부터 고객에게 사전통지 등이 핵심이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 21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최근 은행 점포 폐쇄가 늘고 있어 우려된다”며 “특히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은행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금감원 임원회의에서의 윤 원장 메시지를 금감원이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윤 원장이 점포 축소 가속화 문제를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올 상반기 4대 은행은 총 126개 점포를 폐쇄해 지난 한 해 동안 폐쇄한 점포 수(88개)를 이미 넘어섰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은행들이 공동절차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동점포·현금자동입출금기(ATM)·창구업무 제휴 등의 대체 수단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 공동절차가 잘 지켜지지 않거나 점포 폐쇄에 따른 은행권의 대안 운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은행들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현행 자율 규제보다 강제성이 큰 행정지도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행정지도는 법적 근거가 있는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은행들이 준수할 의무는 없지만 실무선에서는 사실상 규정처럼 받아들여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은행들이 공동절차를 준수하고 있는지, 금융 취약계층의 서비스 이용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한다는 차원”이라며 “(행정지도를 포함한)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도 점포 폐쇄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특히 지난해 공동절차 수립 당시 은행권 내부에서도 ‘고령층’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대체 수단으로 타 기관과 창구업무를 제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순이자마진 하락과 각종 정책성 금융 지원 등으로 은행업의 수익성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의 원인인 비효율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거는 것도 무리한 조치라는 불만이 나온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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