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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격 후려치기에...알짜 자산 매각도 어려워

['빚덩이' 자원 공기업]

석유公 가스전 지분 매각 등

계약 성사 직전 불발 잇달아

"공자금 투입 등 특단책 필요"

석유공사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영국 다나페트롤리엄이 소유한 북해 톨마운트 가스전 지분 매각 거래는 지난달 돌연 무산됐다. 석유공사는 지난 1월 현지 업체 프리미어오일에 보유 지분 절반(25%)을 매각한다고 밝혔지만 프리미어 측이 뒤늦게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지분 매각으로 3억달러(약 3,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려던 석유 공사의 자구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에너지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유가가 급락한데다 자금 확보도 어려워 유전이나 가스전 매각 계약이 곳곳에서 틀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자원 개발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주요 자원 공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급증한 부채를 줄이려 알짜 자산까지 매물로 내놓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계속 악화하자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이 사라진 탓이다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은 광물자원공사도 마찬가지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구리광산인 코브레파나마를 매각하기 위해 본 입찰을 진행했으나 해외 업체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유찰됐다. 정부가 자원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 자산 일체를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입찰 참여사들이 너도나도 낮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계속 매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원 시장이 얼어붙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자산 매각이 지연되면서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채가 늘고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2018년 156억2,9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6억6,000만달러로 늘었고 자본금 역시 6억8,300만달러에서 5억1,8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광물자원공사 역시 2015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들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모색할 방침이다. 해외 자원개발 주요 프로젝트와 공사의 재무 상황을 재평가해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점검·보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무개선 계획의 핵심인 자산매각이 미뤄지고 있어 공적 자금 투입 등 과감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재무개선은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촉이 별 효과가 없다”면서 “우량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도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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