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 퍼져 ‘휴지 대란’이 벌어지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벌써 상반기 수출액만 전년 전체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비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아이젠의 유명재(사진) 부사장은 23일 서울경제와 만나 코로나19 사태가 기회로 전환된 지난 3월을 생생히 떠올렸다. 유 부사장은 “내수 시장이 침체되다 보니 운영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비데가 해외에서 한국산 위생 용품으로 안정 받게 됐다”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시의적절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으로 생산을 늘려 매달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20~30%씩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젠은 2003년 설립돼 ‘관장 비데’의 특수 노즐에 특허 기술을 보유한 비데 전문 업체다. 2009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인정받아 의학적 관장 기능을 갖췄다. 항문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얇은 물줄기가 스크루를 일으켜 직장 내 숙변과 잔변이 배출되도록 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아이젠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비데 제조업개발생산(ODM) 업체로 평가받는다. 유 부사장은 “비데는 전자 제품이지만 물을 다루고 물로 청소하기 때문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제품 디자인이 바로 품질 경쟁력”이라며 “오랜 기술 노하우로 업계에서 가장 불량은 적고 제품 개발 시간이 빨라 삼성전자, 아메리칸스탠다드, 코웨이 등과 꾸준히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젠은 2년여 전부터 창업주 故 유병기 대표의 아들인 유명재 부사장이 현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 NYU 경영학부·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일하던 그는 가업을 이어받아 아이젠을 작지만 강한 회사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이다. 유 부사장은 “재무를 탄탄히 하고 IoT 시스템 등 신제품과 기술 개발에 투자했던 게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빛을 발하는 것 같다”면서 “올해 수출은 1,000만달러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지난 4월 전직원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열정을 투자할만한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붉어진 수돗물 유충 사태에도 주목받고 있다. 유 부사장은 “필터·거름망·온수 모듈·살균 모듈 등 4단계를 거쳐 안전성을 보장하는 게 프리미엄 비데의 기술력”이라면서 “앞으로 관장 비데도 센서 기술을 접목해 항문 질환 관련 헬스케어 기기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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