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삼각편대 포트폴리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15년 전 부임한 차석용(사진) 부회장은 업황 부침에 따른 실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지난 2007년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하면서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그 결과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4분기 매출 1조7,832억원, 영업이익 3,03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0.6% 증가하며 61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6,370억원을 달성하며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에 같은 기간 매출은 3조6,795억원으로 0.7% 감소했다.
◇위기 속에서 빛난 ‘삼각편대’=LG생활건강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실적 상승세를 지속한 것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덕분이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 2009년 ‘다이아몬드 샘물’, 2011년 ‘해태음료’ 등을 인수하며 음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에는 캐나다 보디용품 업체 ‘프루트 앤드 패션’을 사들여 생활용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한 삼각편대는 위기 때마다 서로를 뒷받침하며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로 화장품 사업이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생활용품이 전체 실적을 이끌면서 리스크를 상쇄했다. 올 상반기 생활용품 사업 매출은 9,41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4%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1,285억원으로 79.7%나 상승했다.
위생용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사업의 핵심이 된 데일리뷰티(더마·헤어·보디·오랄케어 등)는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하는 성과를 이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데일리 뷰티는 화장품과의 연계성도 높고, 글로벌 사업 확장의 기회가 많다”며 “회사의 전략 핵심사업인 뷰티사업으로 간주하고 더욱 주력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음료 사업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야외활동이 제한적이었지만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조지아’ 등 주요 브랜드가 성장을 이끌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8%, 35.8% 증가했다.
◇1조 넘은 ‘후’…럭셔리 화장품의 선방=화장품 사업은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면세 채널의 실종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0% 이상 줄었다. 다만 럭셔리 브랜드인 ‘후’는 탄탄한 브랜드력에 기반한 소비자 수요를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중국 사업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상반기 최대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럭셔리 화장품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어려운 사업환경에서도 해외사업은 17%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 ‘후’의 뒤를 잇는 제2의 브랜드 발굴을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전세계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더마 화장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실제 올 상반기 더마 화장품의 높은 수요로 CNP의 매출은 16% 증가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태극제약(2017년), 미국 뉴에이본(2019년),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2020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더마 화장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더마화장품 뿐만 아니라 기존 브랜드도 효율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더페이스샵 등 3개 자회사를 흡수합병 하는 등 사업 구조 고도화에도 나섰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최근 화장품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면세점 실적 회복과 함께 브랜드 다각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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