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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애물단지가 된 일상배상책임보험

타인 다치게 하거나 물건 망가뜨렸을때

대신 보상해주는 일배책 악용 사례 늘며

손해율 318%까지 치솟아...보험사 몸살

최근 들어 누수 관련 청구 급증...일부 보험사기도

업계 "소비자보호 위해 지급 기준 명확히 해야"





계약자가 타인의 신체 장해, 재물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손해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 보험료 500~1,000원에 불과한 소액 특약이라 만성 적자 상품이어도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는 보험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험사고 입증 절차가 소홀하다는 점을 틈타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25일 본지가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의 일배책 위험손해율을 집계한 결과 2017년 216%였던 손해율은 지난해 318%까지 급등했다. 100원의 위험보험료를 받아 318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정도로 심각한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특히 보험사들이 골치를 썩는 것이 누수 사고 관련 청구건이다. 누수 사고 발생 여부나 직접 혹은 간접 비용 여부에 관계없이 누수 차단을 위한 방수공사비 전액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2013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 이후 누수 사고를 빌미로, 혹은 이를 가장해 일반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게 보험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에는 인테리어 공사 전에 반드시 일배책에 가입하라는 조언이 쏟아진다. 누수 관련 보상이 포함된 대물 관련 지급 보험금 규모도 2017년 688억원(4개 보험사 기준)에서 지난해 1,274억원으로 늘었다. 이중 누수 관련 지급 비율도 30%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누수 피해 복구비용 이외에 손해방지비 명목으로 지급된 보험금 규모가 지난해 6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관련 민원과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일배책 보장 범위인데, 피해 보상 및 복구 비용만 지급해야 한다는 보험 업계와 향후 발생할 누수 사고를 예방하는 공사비용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른바 손해방지비용 논쟁이다. 일배책 표준약관 및 상법에서는 타인에게 부담하는 법률상 배상책임 외에 손해를 방지하고 경감하기 위해 쓴 비용을 손해방지비로 정의하고 이에 대해 보상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내용이 모호해 보험사와 소비자는 물론 금감원과 법원도 매번 다른 기준을 내놨다.



가령 2018년 6월 서울남부지법 판결에서는 지하물받이 공사, 수도 공사, 타일공사, 배관 공사 등에 대해서는 손해방지비로 판단했으나 다른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한 방수공사, 시멘트 공사, 타일 공사에 대해서는 지급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서울동부지법과 중앙지법 판결에서는 피보험자의 이익을 위해 행한 보험목적물 수리, 누수사고의 결과가 아닌 원인을 없애기 위한 공사는 손해방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분조위에서 7년만에 새로운 지급 기준을 내놨다. 오탐지비용과 바닥철거·배관교체·방수작업 등 누수 사고 재발 방지 및 손해 경감 목적의 공사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한 점은 7년 전 결정과 유사했지만 단서조항을 달았다. 반드시 누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며 손해 방지·경감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벽면 공사 및 보양공사 비용 등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지급 의무가 없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선 보험사들도 평가가 엇갈린다. “7년 전 분조위 결정에 비해선 합리적이고 기준도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월 500~1,000원에 불과한 일배책 보험료로 전국 아파트 수리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라는 결정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수로 TV를 망가뜨리고 지인에게 부탁해 일배책 보상을 청구하는 식의 모럴해저드가 만연하고 있다”며 “지급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다른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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