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제주공항 면세점 한 코너에는 갖가지 색의 니트백을 보기 위한 이들로 북적거렸다. 주황, 녹색, 흰색에 하늘색 아코디언 모양의 주름 가방,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싶은 가방은 각각 생수 페트병 16개가 모여 재탄생한 것. 섬유제조업체 효성티앤씨와 스타트업 플리츠마마, 제주개발공사가 순환형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위해 손잡은 결과물이다. 색상 역시 제주를 상징하는 감귤, 바다, 비자림, 현무암에서 연감을 얻었다. 투명 페트병이 근사한 니트백으로 탄생하자, 6월 초 출시된 후 두 달 여 만에 일부 제품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민 생수’ 제주 삼다수는 진화 중이다. 코로나 19시대에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주문을 지난해 대비 3배가 늘었고, 제주도에서 수거한 삼다수 페트병은 근사한 니트 가방으로 재탄생했다. 국내에서 수거된 페트병이 상품으로 출시된 첫 사례가 됐다. 국민 생수로 이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도전장을 낸다. 삼다수는 2018년 국내 생산량 부족으로 수출이 중단됐지만 ‘K워터’로 다시 중국 수출길에 나선다. 삼다수는 1998년 출시 후 지금까지 22년 째 변함없는 수질로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다.
◇로얄티 높아졌다…1·4분기 앱 주문 건수 전년비 6배=생수 주문도 앱 속으로 들어오며 젊어졌다. 25일 광동제약·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2018년 론칭해 2주년을 맞은 삼다수앱은 올해 1·4분기 기준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1,000여 건을 넘어섰고, 재구매율 역시 75%에 달한다. 이는 생수 구독이 일상 속 생필품이 됐음을 보여준다. 수돗물 유출 사태가 전국적 이슈가 되면서 생수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싼 생수를 찾는 ‘생수 유목민’ 시장에서 삼다수 로얄티 고객도 빠르게 급증했다. 지난 1·4분기 삼다수앱 가입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주문 건수는 6배 이상 성장했다. 용량별로 보면 2ℓ 구매 비율이 70% 대로 압도적이다. 2ℓ 제품은 가정에서 가족이 마실 식수 용도로 구매하는 만큼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높은 판매 비율을 보였다. 정기배송도 전체 주문의 11% 수준으로, 10건 중 한 건은 정기배송이었다. 50대 남성 고객 재구매율이 8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구매 연령이 높을수록 가격이 아닌 제품에 대한 뚜렷한 선호가 반영됐다. 제주삼다수 관계자는 “삼다수앱은 간편한 이용 방법과 안전한 배송이 입소문 나며 가입자수, 주문량 모두 성장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이 심한 마시는 생수 시장에서도 ‘삼다수만 마신다’는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버려진 페트병, 니트백으로 재탄생한 첫 사례=제주 삼다수로 만든 니트백은 의미를 지니는 것은 국내에서 수거된 페트병이 상품으로 출시된 첫 번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해외에서 버려지는 페트를 수입해 제작됐다. 우리나라는 생수 페트병이 유색병이나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배출돼 재생 섬유로로 활용하는데 제한적이었다.
제주개발공사는 폐페트병의 재탄생을 위해 작은 변화부터 시도했다. 재활용이 잘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삼다수 페트병을 단일 재질의 무색병으로 전환했고 페트병 배출 시 라벨을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접착제를 바꿨다. 라벨에 분리 표시를 적용한 ‘에코라벨’도 도입했다. 페트병 무게를 줄여 플라스틱 폐기량 725t을 줄였다. 김정학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삼다수 페트병을 새 활용해 만든 ‘플리츠마마 제주 에디션’은 자원순환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K워터로 中 선적…국내 생수 수출량의 45% 달해=제주 삼다수는 ‘K워터’ 대표로 다시 수출길에 나선다. 22일 제주항에서는 제주삼다수의 중국 수출 선적식이 열고 중국 상하이에 생수 45t을 수출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상하이 내 주요 마트에서 삼다수 생수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다수는 1998년 중국 수출을 시작했지만 2018년 초 국내 생산량이 부족해지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삼다수의 지난해 수출량은 국내산 생수 전체 수출량(약1만7,000t)의 45%에 달할 만큼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 국가 역시 아시아, 미주, 유럽 등 20여 개국에 달한다. 이 중 70%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다. 사이판과 괌 지역에서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류의 영향으로 수출 물량이 매년 10% 이상 늘어 ‘K워터’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삼다수 관계자는 “물은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 특성상 해외 시장 진출이 더 까다롭고 어렵지만, 한류의 저변이 확대된 만큼 점진적으로 현지인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며 제주 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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