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해외 여행 업계가 헤어나올 수 없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해외여행 자체가 반년 동안 전무하다 보니 실적 하락이 아닌 파산 위기까지 걱정해야할 처지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버티는 힘’입니다. 얼마나 현금을 가지고 있고 고정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경쟁사가 떨어져 나갈 때 최종적으로 버틴 기업은 시장을 독차지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7일 여행 플랫폼 기업 마이리얼트립이 무려 432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여행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여행 수요 급감에 마이리얼트립도 사실상 해외여행을 찾는 고객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기관투자가들은 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했습니다. “어차피 코로나19는 끝난다. 이 기간 동안 살아있으면 시장지배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략입니다. 이번 펀딩에 참여한 기관은 기존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신규 투자사인 산업은행, 테크톤벤처스(미국) 등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이 대규모 자금을 받으면서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트리플, 와그 등 기업들도 최대한 비용을 줄여 버티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과 달리 와그의 경우 알뜰 경영 전략을 펼칩니다. 월 2억원 미만으로 지출을 줄여 펀딩 없이도 수년 간 경영활동이 가능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리얼트립 월 5억원 안팎 고정비용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것도 안한다고 했을 때 86개월이나 버틸 수 있는 금액입니다. 어느 회사보다 코로나19 ‘폭풍우’를 이겨낼 수 있는 금액입니다.
업계에선 막강한 실탄을 보유한 마이리얼트립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86개월이나 버티는 자금으로 국내 여행 티켓 할인 판매에 투자금을 뿌린다면 일단 경쟁사는 고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당초 해외 여행 중심이었는데 코로나19로 제주도 등 국내 여행 상품을 크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재도 제주도 주요 관광지 입장권들을 30~50% 가량 할인판매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여행 업계서 스타트업이 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혈받은 건 이례적”이라며 “경쟁사들도 하나둘씩 대규모 펀딩을 한다면 그야말로 ‘쩐의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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