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몰라 막막하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변호사님에게 상담을 받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네이버 엑스퍼트 법률 상담 후기 중)
모바일 앱을 통해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법률·세무 등 전문가에게 1:1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네이버의 전문가 지식인(지식iN) 서비스 ‘네이버 엑스퍼트(eXpert)’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찬반양론이 부딪힌다. ‘법조 브로커’ 활개를 막기 위해 변호사 소개 대가를 취하지 못하게 한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의견과 법률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라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4,000명으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강정규)는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와 법인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했다. 여해법률사무소가 지난달 26일 한 대표를 같은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고, 대한변호사협회도 네이버 엑스퍼트 서비스에 대한 유권해석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가 된 건 이용자가 지불하는 상담료에서 공제되는 수수료의 성격이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전문가에게 결제한 금액에서 네이버페이 결제 수수료 5.5%를 공제하고 변호사에게 지급한다. 고발인 측은 이 수수료가 사실상 변호사 중개의 대가 성격으로,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 등 이익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 현행 변호사법을 위반한 행위로 본다.
반면 네이버 측은 변호사 수임 등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일체 받지 않고, 결제대행업체인 PG사가 청구하는 수수료만을 공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엑스퍼트에서 휴대폰 결제, 상품권 결제 등 원천 수수료율이 높은 결제수단을 채택하고, 비실물 거래라는 점 등을 감안해 PG사가 책정한 비율이 5.5%라는 것이다. 네이버에 떨어지는 수익이 없다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변호사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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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역할이 단순한 ‘광고판’인지, 적극적으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알선’ 행위인지도 쟁점이다. 네이버 측은 사용자가 어떤 변호사에게 상담을 신청하는지, 상담 내용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여기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를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개별 변호사들이 자신의 경력과 상품을 공개하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열람 후 변호사를 선택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반면 고발대리인인 김정욱 전 한법협 회장은 네이버라는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종속돼 독립성과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는 “네이버가 변호사법의 이익공유 금지 조항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 ‘기업형 브로커’를 허용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사무장 로펌’처럼 자본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이 법조직역을 잠식해 변호사의 독립과 자유가 침해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광고와 달리 추후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법조 산업인 ‘리걸테크’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깜깜이’로 불리는 법률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이미 네이버와 유사한 온라인 법률상담 및 변호사 검색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미국 기반 서비스인 ‘저스트앤서(JustAnswer)’는 네이버 엑스퍼트와 유사하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변호사나 수의사 등 전문가 온라인 상담을 제공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앱스토어처럼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까지 ‘알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엑스퍼트는) 전문가들이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게 해주고, 소비자들이 전문가를 찾게 해주는 것”이라며 “법률시장 역시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지현·조권형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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